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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까지 말싸움하는 아이들_23.12.26

아이들이 싸우길래 한마디 했다.

by 소국

싸움의 내용은 알고 싶지 않다. 싸움의 목적은 오직 나의 승리이기 때문에, 많이 싸워본 사람으로서 결과의 참혹함도 안다. 이기기는 하는데, 뒤끝이 남는 이김이다. 인간이 그렇게 잔혹하다는 걸 전쟁을 보면 알지 않나.(너무 멀리 갔나;)아이들이라고 그렇지 않은 게 아니다. 싸우다 보면 점점 더 수위가 올라간다. (가만히 두고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른들 개입이 필요한 거 아닌가.


아들 둘이 싸우길래. 내용은 듣고 싶지도 않고.


<얘들아, 그만해. 너네 내일 싸워. 오늘은 자>라고 했다.


요즘 선을 간당간당하게 넘나드는 10살짜리 꼬마는 바로 말꼬리를 잡는다. <어~~ 엄마가 내일 싸우라 했지~~> 깊은 빡침이 시작된다. 그래서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이래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어린이들에게는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겪은 어른의 충고가 필요한 거다.


<아들아, 너네처럼 싸우면 안 돼. 내가 왜 끼어들었는 줄 알아? 너네 가만히 두면 코피 터지게 싸울걸? 근데 싸울 때 끝을 생각하고 싸워야 해. 끝이 없이 싸우면 누군가 한 명은 주먹질하게 되고, 다쳐. 그런 걸 진짜 바라냐? 누가 진짜 다치길 바라? 오늘 싸우고 내일 안 놀 거 아니면 꼭 끝을 생각하고 싸워라. 안 그럼 누군가 다쳐>


말해놓고 나를 뒤돌아본다. 나는 오늘 아침 남편과 끝을 생각하고 싸웠나. 정나미 떨어진다는 마음을 백만 번 하지 않았나. 내일이면 같이 밥 먹을 사이인데, 엄마인 나부터.. 실천해야 하는 내용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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