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 걱정은 하지 않고 엉뚱한 걱정을 한다.
날마다 잘못을 저지르며...._2024.7.10
오늘도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돌봄 교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전부터 일하고 한숨 돌리면 3시 돌봄 교실 시작이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이 끝나고, 이제 놀만한데... 돌봄 교실은 아이들에게 다른 의미의 놀 장소일 텐데.. 나도 그런 마음으로 운영했으나, 이게 뭔 난장판인가.
그래서 결국 쉬는 시간 30분 주고 <숙제>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거부한다. 완강히 거부한다. 이제는 선생님이 무슨 말할지 뻔하니 더 거부한다. 기싸움이 시작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기싸움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한다. 아이들 말 한마디에 흔들릴 멘털이면, 어떻게 교사하나 싶은데, 나란 사람은 이 말 저 말에 자주 흔들리니 이를 어쩐다.
시간표가 필요한 이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만..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총 11시간이다. 이건 직장인보다 더 잔인한 스케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램을 짜지 않았다. 다만, 숙제는 하고 놀 자였다. 그런데... 얘네들이 노는 게 영 엉망이다. 언어 사용이나 행동등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기독대안학교라고 아이들이 좋은 언어만 바른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너네가 도대체 무얼 배운 거냐.
아이들은 100% 잘못 없다. 잘못은 어른에게 있겠지.
어른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배웠겠지.
특별히 내 자녀가 같이 돌봄 교실에 있는데, 가장 말을 듣지 않는다. 나가지 말라는데 나가고, 온갖 핑계를 대며 돌아다닌다. 가장 고학년임에도 동생들을 챙기기 이전에 오히려 싸우고 있다.
그냥 내 마음에 차곡차곡 이런 현상과 기억이 쌓이니 결국 폭발한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결국 내 아이에게 뱉게 된다. 돌봄 교실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직업활동에 적극적으로 할 마음 없으면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가 이 학교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으니, 이런 식이면 그냥 모두가 관둬도 된다고.
너나 나나 동생이나 그냥 다 학교를 관두는 편이 낫겠다고. 퍼부었다.
아동학대는 폭력만 아니라 눈빛, 태도, 언어도 포함되지 않나? 나는 학대하는 엄마임에 틀림없고, 교사로서도 부적합하다. 더 적나라하게는 자격미달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공동체 안에서 이 아이가 존재로써 사랑받고 나눠주는 걸 경험하는 것이었다. 장시간의 학교생활이 이 아이에게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돌봄 아이들에게도.
그런데 방향이 이상한 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또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이게 맞는 거니. 나만 악쓰고 있는 건 아닌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난 오늘도 <아이들 탓>을 하며 나의 실력부족은 외면한 채 <니탓>을 외치는 선생과 엄마였음을 기록해 둔다. 정말 걱정해야 하는 건 내 말 한마디와 행동이 아이들에게 각인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나란 인간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고작 10살 안팎의 아이들에게 나는 무얼 하고 있나.
마땅히 해야 할 걱정에서 도망가지 말고, 하루를 잘 살아내 보자. 나를 위해. 아이들 위해.
P.S: 11살 아들이 나에게 질문했다.
엄마는 대학교 갔어?
-갔지
엄마는 뭘 공부했어?
-아동에 대해 배웠지.
엄마 나는 뭘 하면 좋을까? 바느질을 배울 수도 있어?
-옷 만드는 걸 배울 수도 있지. 요즘 남자들도 옷 만들더라. 패션디자이너. 너 운동 좋아하니까 운동 배우던지.
그건 대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잖아.
-체대 있어. 대학교 가도 체대가 있지.
(티브이 켜서 봄. 대화 끝)
11살이 대학을 얘기하는 게 왜 신기한지. 대학을 안다는 것도 신기하다. 누구냐 대학얘기하는 사람. 나였나?? 기억도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