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방귀를 뀐다.
하. 나랑 안 맞다.
4월 4일에 외가 쪽 친척들이 다 모인다. 친척 결혼식 때문인데. 부부가 둘 다 퇴사했으니... 참.. 마음이 그렇다. 별거 아닌 거에도 너무 눈치 보여서 치장이나 하고 결혼식에 가려고 나의 마음은 벌써 분주하다.
트렌치코트에 로퍼까지. 한가득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남편한테 옷을 사고 싶다고 말하는데.. 뭔가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수두룩 빽빽 같아서 눈치가 보인다. 남편은 <트렌치코트?>라고 하면서 기가 막힌 듯 한숨을 쉬더니, <자기 사고 싶은 건 사야지> 한다.(이게 사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밥맛 떨어지는 대화방식에 진절머리를 느낀다. 예전 같으면 그래도 날 생각해 주는 남편이다. 했을 텐데... 참 요즘은 나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지 그런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려 남편인데... 남편은 남의 편이라 남편인가 싶다.
그래놓고 사면 분명히 나중에는 내가 하게 해 줬잖아 뭐가 불만이냐 그럴 것이 뻔하므로.. 그냥 치사해서 안 사고 만다. 돈이 없지 자존심은 있다.
봐주며 사는 게 좋다지만... 앞으로 여생을 남편과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데 나부터도 감사한 줄 모른다. 남편의 마음? 사실 잘 모르겠다. 남편이 늘 지쳐 있는데 본인 스스로가 원래 지쳐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족 때문 같기도 하고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한 한탄? 후회? 한심함? 뭐 이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아내 됨? 사실 잘 모르겠다. 역할극을 하려고 내가 가족을 이룬 건 아니었다. 말이 통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잘 살아보자 하고 결혼한 것인데.. 참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너무 많고 정신이 온전하기 힘든 세상 같다. 삶이 분단위로 쪼개져서 차라리 기억이 없으면 새 마음으로 살 것 같은데, 관계도 일도 하나의 역사가 되어버리고 인생에 박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이 긴 여정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싶다.
박완서라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 분이야말로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까지 겪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대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은 것 같은데.. 난 전쟁을 치르지도 않은 세대에 태어났건만 일상이 전쟁 같은지. 늘 아슬아슬하다.
대한민국을 탓해봤다가, 남편 탓도 해봤다가, 애들 탓도 해봤다가 결국 돌아오는 건 자기 자신이다.
헛헛한 마음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기 신뢰>라는 책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게 지금 나한테 필요한 처방전인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