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부러움_26.3.25

내가 요즘 화가 많다.

by 소국

남편과 한판 싸우고 나면, 늘 뭔가 뒤가 찝찝하다. 부부생활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아님 우리만 이런 건지.


날것의 부부생활이라는 걸 과거 우리 엄마 아빠만 봤다 보니 알 길이 없다. <이혼숙려캠프><오은영 가족리포트> 뭐 이런 프로그램 방영으로 대충 감은 잡는데... 하 참 나는 그걸 볼 때마다 정신적으로 자꾸 충격을 받는다.(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도 '남'이 되는 순간 좀 과장되게 내 머릿속이 받아들이거나 아님 나를 과장되게 괜찮다 여기는 것 같다.)


가족을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의 기준으로 살기가 꽤 힘들어졌다. 많은 소통과 기준을 맞추어 살아내야 하므로 생각보다 <나>는 점점 옅어지고 <가족> 중심이 되어간다. 문제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건 어른이건 아이건 마찬가지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려고 노력 중이다.(사실 현실은 누군가 희생 중이긴 하다. 그래서 누군가 행복하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늘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것 같다.


<나만 힘들다고>

<나만 노력한다고>

<당신이 하는 게 뭐가 있냐고>

<너네는 엄마가 다 해주니까 좋지?>


이런 생각의 끝은 <나의 가족>을 마음에 두지 않고, <남>에게 관심을 쏟게 된다. <남>은 말 그대로 <남>인데, SNS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그들의 행복한 사진들, 영상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시기하고 있다. 부럽고 내 처지를 땅끝까지 비참하게 만들고 시기까지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에 피곤한 나는 다시 가족과 엉망인 집 꼬락서니를 보며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어젯밤에 부부싸움 후 잠이 안 왔다.(요즘은 금세 풀려서 아침에 뽀뽀 한방으로 서로 마음을 풀었다.)


그런데 잘 때 끝도 없는 생각을 한방에 정리했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무도 다독여주는 사람이 없을 때 나 스스로 나를 다독였다.


<야 너 진짜 잘하고 있는 거야>

<네가 그만큼 챙겨서 그나마 애들이 잘 큰 거야>

<미워하는 건 그만하자. 저 사람들도 얼마나 힘드냐>

<너 지금 아주 충분해>

<괜찮아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그전에는 <나> 자신이 분리가 안되어서 위로와 지지를 남편이 해주지 않아 원망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분리 작업이 되었다.(이 표현이 너무나 어색하지만) 정말로 나 아닌 누군가가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걸 사고로 인지하고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들었다.


미친 부러움 때문에 괴로웠다. 시기와 질투, 원망 때문에 괴로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감이 없었다. 또한 걱정하느라 늘 힘들었다. 가족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평가 같아서 눈치 보느라 괴로웠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뭔가 환경과 타인을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고 그게 들렸던 것 같다.


앉아서 명상자세를 하거나 기도 손을 하고 기도한 건 아니었다. 난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다.(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저 잠자리에 누웠고, 순간적으로 그게 들렸다. 이제야 생각해 보니 감사하다.


미친....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떠나가길 바란다. 악령 같아서 멀리하고 싶다. 그럴 시간에 나를 더 다독이고 핏덩이 같은 내 새끼들과 한숨 쉬는 남편, 가정에 더 마음과 시간을 쏟고 싶다. 40대가 너무 빨리 간다. 시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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