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

평균 열명의 구독자님들을 위해.

by 소국

평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했다가 금새 식고 다른거에 푹 빠져버리곤 한다. 성인 adhd인지 조울증인지 뭔지 알 수는 없다. 정신의학과에 찾아가면 병명이 나올 수도 있고 지극히 평범인데 너 혼자 예민이라 할 수도 있는데, 여하튼 그런 류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핸드폰을 보면 수많은 검색어로 다양하다. 학창 시절에는 이런 날 친구들이 금사빠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할때 참 마음이 힘들었다. 주변인들로부터 <너 글 잘쓸것 같으니 써봐라> 얘기를 듣고 무작정 앱을 깔고 작가신청을 했는데 도대체 안되는거다. 이상한건 작가신청을 하는데 나도 어색해죽겠는거다. 나를 소개하라는데 뭘 소개해야할지. 뭐 딱히 없는데 소개할게 너무 없어도 없는 나를 포장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 그자체였다.


한국 엄마들은 아주 성실하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학부모가 되기까지 발달단계 맞는 식사와 교육까지 책임진다. 그외적으로도 요즘은 자기계발 하지 않는 엄마들 거의 못봤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성실성은 알아줘야 한다. 옛어머니나 이시대의 어머니나 트렌드만 바꼈지 디테일한 성실함은 세계최고라 나는 생각한다.


이런 엄마들 틈바구니에서 나는 스펙하나 없고, 애들도 겨우겨우 키우는 엄마로 몹시 멘탈이 힘들었다. 요즘 다들 자존감자존감 하시던데, 그 자존감이 지하 땅굴 100층 밑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의 사회생활마저도 위기를 겪고 있을 무렵이었다.


너무 힘들 무렵(친정아빠가 투병중이실때), 돈을 투척하며 글쓰기 모임에 나갔다. 브런치도 번번히 탈락하니 돈이라도 들여서 책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 객기로 나갔다. 다같이 줌으로 만나 인사하고 매주 글을 쓰고 결국 책으로 나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생각보다 막 너무 좋고 그러지 않았다. 그게 더 신기했다. 바라던 바를 이룬것 같은데 왜 엄청 신나지 않았을까?오히려 그 과정이 스트레스가 대박 쌓였는데 즐거웠다.


그리고 이후, 나는 열심히 남의 브런치를 염탐하다가 또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돈을 투척했다.(이유는 브런치는 번번히 떨어졌기 때문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가 싫었다.) 그리고 열심히 글을 썼다. 재밌는 과정이었고, 나는 욕심을 내어 2개반을 들어가 미친듯이 글을 썼다. 애를 등하원시키면서 집안살림하면서 짬짬히 글을 쓴것이다. 마지막 글쓰기 모임은 브런치반이라고 이 반에 들어가서 브런치 작가까지 합격하는게 목표인 반이었는데, 안되었었다. 당시에는.


브런치가 뭐길래 이렇게 사람이 목맬 정도인가 싶은데, 내 성격상 안되니 더 오기를 부려본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최종목표였으나, 앞선 글쓰기 모임 안에서의 인연들은 너무 소중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만남이라는게 다 이유가 있나보다. 싶을 만큼 의미있고 귀한 만남이었다.


집요한 나는 책을 짬짬히 읽으며 인생을 조근조근 한탄하며 슬퍼도 하다가 다시 브런치 작가도 신청했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정말 열이 받아서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 쏘맥을 말아먹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가 다음날 애들 등원시키고 나서 당첨 되었다고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게 뭥미. 싶었다.


윤여정이 겸손의 말로 자신이 아카데미에서 상받은건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거기에 대면 브런치 작가는 돈도 안되는 정말 하찮은거지만- 그렇다고 또 모든 브런치작가님들을 비하하는것은 아니다. 나만 봤을때라는 것이다) 내가 해보니 그말이 참말 같았다. 집요한 도전은 했지만 작가가 되려는 노력은 특별히 한게 없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는 미친듯이 글을 발행했다. 나의 목표는 (감히) <이오덕일기>처럼, (내가 이오덕 선생님과 비교도 안되지만) 내 삶이 아무리 하찮아도 다 남기자는 식의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그래야 나의 하루의 무게가 줄어들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라이킷이 붕붕 울리면서 독약같은 라이킷에 내 마음이 뺏겨버렸다. 평균 10명남짓의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을 보며. 나의 최초 목표가 퇴색되어버린것이다. 일기를 쓰고 나를 남겨야겠다는 나의 순수한 글쓰기 목표가 이제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겠구나. 하다가. 누가 내 글을 본다고 하면서 쓰는걸 포기하려다가 그래도 10명정도는 보고 있잖아 다독이며 글을 쓰게 되었다.


이게 뭥미.


라이킷 감사한데. 나의 마음이 뭥미다. 유투버가 유투브를 멈출수 없는 이유가 조회수 때문인것처럼 나도 지나친 의식이 되어버렸나 싶어 조절중이다.


독자가 있어야 글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여기지만, 진짜 좋은 글은 날것이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독자 이전에 필자가 자신에 대한 날것을 꺼내놓아야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거지같은 나의 글에도 라이킷을 열심히 눌러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참 감사하다. 태도가 다소 건방지지만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내 갈길 가는 마음으로 나의 날것들을 막 쓰려고 한다. 이곳이 나의 인생의 대나무 숲과 같은 역할이 되도록 라이킷이 0이 되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글이 되도 미친듯이 남김없이 토해보련다.


인생은 모든 사회적 역할로 나의 가면을 썼으니, 글에서만은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평균치의 삶을 살았으니 글만은 평균치의 글을 안써도 되지 않을까? 좋은 글은 수두룩한데 나의 글만큼은 굳이 좋은 글 안되도 되지 않을까? 그냥 쓰고 즐거우면 안되나.. 남을 꼭 만족시켜야 하나.. 생각해본다. 애증의 브런치,내가 이 목숨 다하도록 미친듯이 써보리. 내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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