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아니야
내 비건 남자친구가 물었다.
"저녁 만들어 줄게, 뭐 먹고 싶어?"
난처했다. 난 완전 고기 마니아에다가 치지하고 크리미한 음식에 환장하는데, 알레(남자친구)는 비건이라 뭘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였다. 그래서 "나 땡기는 음식은 많은데, 걔네가 아무래도 비건음식이 아닌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제약 없이 떠오르는 걸 말해보랜다.
"그랭, 그럼 나 까르보나라, 완전 크리미하게, 통통한 베이컨 잔뜩 들어간 거!"
당황한 기색 없이 1초 만에 돌아온 대답은 "그래, 그거 먹자!"였다. 약간 혼란스러운 나는 "너 비건이라 비건 아닌 음식은 요리도 안 하고, 먹지도 않는다며. 너 약간 풀만 먹는 거 아냐?"라고 장난스럽게 물었고, 알레는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지만, 한편으론 '그래, 그런 선입견 난 이미 익숙하지.' 하는 눈빛으로 날 대응했다. "응, 아니야."
'도대체 얘는 어떻게 까르보나라를 만든다는 걸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신나게 함께 장을 보러 갔고, 그가 카트에 담아 넣는 재료들은 나에겐 다소 새롭고 몇 안 되는 간단한 재료들 이였다.
카트에 담은 재료: 캐슈넛, 레몬(왁스 코팅되지 않은), 마늘,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 비건 베이컨 등
그렇게 장 본 재료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뚝딱뚝딱 20분 정도 주방에 있더니, 식탁에 앉으라고 나를 불렀다. 테이블에 놓여진 까르보나라는 그 외모와 향기부터 환상적이었다. (진짜 놀랬었다!)
맛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먹고 다닌 짬이 있어서, 맛은 솔직히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이 까르보나라 *진짜 너무 많이* 맛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뭔들 안 맛있겠어'하는 당연한 편향은 있지만) 아니 진짜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식후의 느낌과 기분이 특별히 좋았다. 너무 소화가 깔끔했고, 보통 까르보나라를 먹고 난 후 더부룩하거나 목마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날 난, 알레가 영양소에 대해 공부했었고, 특별히 식단 조절 (비건 다이어트)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요리하는 것을 즐기니.. '난 행복하네?'
나는 알레를 불러 앉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레에게 상세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었고, 그는 자기 폰 메모장에 그것들을 모두 적어 두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찾아온 궁금증에 알레에게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그리고 왜 비건이 된 거야?"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