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선아 Jul 13. 2023

<딱궁이 합동 연재 2> 공장 뒤 텃밭

소서(小暑)호, 둘째 주



특별 코너 <이거 내 이야기는 아니고>



* * * * *

두번째 합동 원고

에세이  - 공장 뒤 텃밭

글쓴이  - 설

* * * * *





   광적면에 있는 한 공장 뒷마당 텃밭의 주인은 우리 엄마다. 엄마 보러 공장에 가면 엄마는 3m 장갑을 끼고 회색 기계와 노란 줄을 능숙히 다루고 있다. 고사리 같았던 엄마의 손은 굳은살과 작은 흉터들 때문에 나보다 거칠어진지 오래다. 나름 공장일에 잔뼈가 굵어진 우리 엄마의 얼굴 잔주름은 더 깊어졌다. 엄마가 공장에 온 나를 보면 주름이 더 잘 보이게 된다. 무표정으로기계를 다루던 엄마의 얼굴이 팔자로 깊게 패인다. 웃는 엄마와 달리 이상한 기분이 드는 나는 괜히 건강검진은 받았냐며 치과는 제때 가냐며 걱정의 탈을 쓴 구박을 한다. 나 때문에 고생하느라 병원에 제때 가지 못한 걸 알지만 못난 날 탓하기엔 뻘쭘해서 없는 시간을 내어 가는 곳이 병원이라는 말을 뱉는다. 나 대신 뻘쭘해진 엄마의 팔자주름은 조금씩 펴진다. 모진 말을 들어도 다 펴지지 않는 엄마의 주름이 애석했다. 얼마 안 가 뒷마당에 와보라는 말과 함께 팔자주름이 더 깊어진다. 뒷마당엔 엄마 소유의 작은 텃밭이 있다.


   이것도 다 일인데 뭐하러 해.

   엄마는 이거로 공장 일 버티는 거야.


    장난 섞인 엄마의 말을 장난으로 받는 것에 실패했다. 침묵으로 답을 한 뒤, 벌레 먹은 깻잎을 괜스레 만지작거렸다. 그 옆에서 우리 엄마는 나 줄 상추와 깻잎,고추 그리고 이름 모를 채소들을 봉지에 마구 담고 있었다.


     그만 줘도 돼.

   이번에 배추랑 파 따서 김치 조금 무쳤는데 아주 맛있어. 그것도 좀 챙겨 줄게.


   그만 줘도 된다고 말해도 엄마는 줄 마음뿐이었다. 엄마는 채소가 담긴 봉지를 나에게 준 뒤 공장 냉장고로 빠르게 걸어갔다. 엄마 주려 음료수 하나 가져왔던 나는 각종 채소와 김치를 받았다. 그래놓곤 더 챙겨줄게 없다며 미안해했다. 일하는 사람들 사이 엄마에게 받기만 하는 내가 계속 초라해졌다. 오랜만에 봤는데 벌써 가냐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밥을 먹으며 엄마가 기른 채소들을 먹어봤다. 살면서 이렇게 순하고 싱싱한 채소는 처음이었다. 공장 매연과 담배연기 먹고 자란 채소가, 노동자들 거친 말 듣고 자란 채소가 어찌 이리 순한지 신기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어떻게 이렇게 맛있냐고 물어봤다. 줄 사람들 생각하고 키우면 이렇게 된단다.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 줄 사람들 중엔 내가 가장 크게 포함되어 있겠다. 칭찬 양파와 미운 양파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키운 내 양파는 미운 양파가 더 잘 자랐다. 미운 말을 듣는 양파가 불쌍해서 더 정이 갔는데 잘 자라주니 기분이 좋고 고마웠다. 순한 환경 하나 없이 자란 채소들도 우리 엄마의 마음을 아나보다. 밥상에 올라와 있는 채소에서 엄마 마음이 느껴졌다. 들을 말 못 들을 말 다 들으며 살아온 우리 엄마의 마음은 이리도 순했다. 엄마가 키우는 것은 채소뿐만이 아니니 나 역시도 못나지면 안 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딱궁이 합동 연재 1> 재난 문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