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暑)호, 둘째 주
특별 코너 <이거 내 이야기는 아니고>
* * * * *
첫번째 합동 원고
에세이 - 재난 문자
글쓴이 - 설
* * * * *
여름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기록적 폭염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제는 매년 기록적 폭염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웃기기까지 한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기상청에선 한 달 내내 비가 올 거라며 으레 겁을 주기도 했다. 뉴스에는 한동안 날씨 얘기뿐이다. 기상 소식과는 별개로 사계 이불을 계속 쓰고 있다. 에어컨을 틀면 사계 이불 속은 꽤나 쾌적한 장소가 된다. 이 장소는 가끔 춥다는 말까지 뱉게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잊은지 오래다. 어렸을 땐 전기세가 재난 같았던 우리 가족의 처지 때문에 엄마 몰래 선풍기 강풍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탈이었다. 그러나 이젠 숨이 턱턱 막히는 바깥 날씨를 피할 수 있음이, 빗소리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실 수 있음이 당연해졌다. 날씨에 대한 재난문자가 오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이 날씨가 정말 감당 못할 재앙과 고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젠 내용도 잘 확인하지 않고 시끄러운 알림 소리에 짜증을 내며 바로 탭을 지운다. 그저 타는 피부와 전기세나 걱정할 뿐이다.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평등치 않은 재난이 찾아온다. 재난을 예상했든지 안 했든지 간에, 어떤 종류의 재난이든 간에,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불시에 찾아온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사건을 계기로 머리와 마음속에 시끄러운, 귀찮은 사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댔다. 평소 귀찮은 재난문자는 지워버리면 그만이었는데 탭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내 주변인들에겐 귀찮은 알림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알려진 내 재난과 관련 없는 주변인들은 내 재난을 안주 삼아 시원하게 막걸리를 들이켠다.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재난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노동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이로 인해 개선 및 성장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음과 머리 안의 재난도 딱히 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나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정도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에게 어떤 재난을 막을만한 대규모의 노동력과 자본이 있을 리는 없다.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찾아온 재난을 실속 있고 빠르게 극복할 순 없다. 많은 것을 희생해 재난을 극복한 뒤에 개선 및 성장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재난이 없었다면 피해도 없었을 것이다. 일상의평화로움을 깼던 재난은 끝난 뒤에도 여파를 남긴다. 그 여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상단 바 속 지워지지 않는, 거슬리는 탭이 된다. 이 탭은 오래된 알림 지우기를 눌러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내 탭에선 오래된 알림 없음이라는 문구를 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