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暑)호, 넷째 주
소서(小暑)호, 넷째 주 특별 코너
<이거 내 이야기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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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합동 원고
에세이 - 시절인연(時節因緣)
글쓴이 -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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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궁아, 혹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 들어봤어?
시절인연은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래. '시절인연이 도래(到來)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야. 그니까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어서 시절인연이 맞으면 아무리 거부해도 인연을 만들게 되고, 시절인연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인연을 맺으려 애를 써도 인연을 맺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더라고?
나는 이 말이 나를 묘하게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어.
올해 초에 갑자기 친해진 대학교 친구가 있는데, 알고 보니 서로 학과에서 학생회 활동하면서 교류도 있었고, 서로 아는 친구들도 많더라고. 심지어 친해지고 보니 많이 들어봤었던 학생이었어! 무려 6년 전부터 말이야! 이 친구랑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매일 연락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밤새워 놀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만나지도 않고, 연락도 뜸해졌더라고.
같이 놀던 일상이 그리워서 아쉬운 마음에 최근 몇 번 연락을 해봤는데 그게 내 맘처럼 이어지진 않더라. 어쩌면 자연스레 끊어진 인연이었을 수도 있는데 굳이 예전 이야기를 꺼내고, 선물을 보내고, 연락하면서 억지로 추억팔이하며 그 친구를 잡아보려는 내 모습에 되려 내가 상처받기도 했어.
그래서 난 나를 탓하기 시작했지. ‘내 방식이 잘못되어서, 내가 괜히 귀찮게 해서, 내가 못생겨서, 내가 못나서 나를 떠났겠지? 그냥 내가 다 잘못한 거야.’라는 생각들로 가득해서 내 자존감을 내가 스스로 갉아먹으면서 지냈어. 근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알게 되고 나서 내 마음가짐이 조금 가벼워졌어.
시절인연 뜻은 어찌 보면 자연스레 인연이 다한 사람들은 결국 필수불가결하게 멀어진다는 거잖아? 그런 인연들은 내 잘못과는 상관없이 그저 ‘인연이 아니었다.’는 거지. 그냥 그 시절 서로 필요했던 존재였고, 당시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줬던 인연이었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 같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쉽게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야. 잠시 멈춰졌던 인연이었던 것인지, 수명이 다한 인연이었던 것인지는 내가 부딪히고 노력해야 알게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당당히 내 인연들에게 노력해보려고. 내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노력이 나를 헛되게 하지 않음을 알았고, 현재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면 난 그거로 됐어. 설령 노력의 결과가 냉대라고 해도 그건 그저 인연이 다했을 뿐이라는 거잖아.
그러니까 딱궁아 혹시 너도 나처럼 인간관계에 상처를 쉽게 받고 있다면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현재의 나를 불행에 빠지게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