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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Apr 08. 2018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서

모든 경계를 관통하는 좋은 이야기는 쓰는 힘.

왜 경계에 서있습니까?


2층에서 바라본 안전가옥


작년 10월부터 성수동 안전가옥에서 글을 쓴다. 장르문학 도서관인 안전가옥에서는 장르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래서 장르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나는 순문학으로 등단을 준비한다. 이곳에서 나는 경계에 서있음을 느낀다. 사실 나는 소설을 쓴 지 2년밖에 안됐고,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순문학이다 장르문학이다 경계 나누는 것을 안 좋아하고 굳이 판을 만드는 이유를 몰랐는데 장르 문학이 기반인 곳에서 작업을 하니까 그 경계가 있긴 있음을 알았다. 분명한 충돌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왜 각자의 분야에서 열을 올리고, 가끔은 다른 판을 썩 좋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유도 이해가 됐다. 


경계에 있으니 양쪽 모두를 보게 되는 것이 장점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 경계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몇 년 전 대학생 언론인 캠프에 참여했을 때도 <PD반>으로 뽑혔으면서 <기자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도 재밌었고. 비슷한 이유로 PD로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도 현업 기자들과 논술과 작문 스터디를 했다. 기자 집단 내에서 내 글은 굉장히 튀었다. 그 점이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했다. 10명의 사람들 중, 9명이 비슷한데 나머지 한 명이 나일 때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가끔은 방어도 해야 했다.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말 못 하겠지만, 분명 나는 다른 집단의 사람들을 알게 됐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3월 30일, 현대문학 & 문학과 지성사 제출 원고들 @안전가옥



이쪽과 저쪽 모두를 관통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


안전가옥에서 작업을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안주하기 쉽다. 가끔씩 생각을 깨고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 그게 완전히 내가 모르는 분야라면? 지금 당장은 내가 참여하지 않는 분야라면? 조금 더 급격스럽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아예 관심이 안 생기는 분야도 있다. 극과 극인 것이다.


물론 늘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사건은 발생하고 혼란이 찾아온다. 게다가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람은 더 혼란스럽다. 이도저도 아닌 채로 열심히 휘둘릴 수도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내 나는 가볍게 생각하기를 터득했다. 내가 사는 집은 이 동네인데, 내가 가는 학교는 저 동네, 이렇게. 이 동네 사람들과 저 동네 사람들이 입는 옷 스타일이 다르네? 쓰는 모자가 다르네? 이렇게. 이 동네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로 저 동네에 입고 가면 '뭐야, 구려. 진짜 완전 별로야.'하고 수군거릴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장난 아닌데?'하고 반할 수도 있다. 그런 차이 정도로 인식한다. 깊게 들어가기엔 내가 너무 무지할뿐더러, 내 글 써야 하는 시간도 부족하다. 그냥 언젠가 내 스타일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장난 아닌데?'하고 환영받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힘을 길러야 한다. 언젠가는 문학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오른쪽으로 뛰어가려는 말과 왼쪽으로 뛰어가려는 말을 양 손에 잡고 있는 것과 같다. 사지절단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살기 위해 - 균형을 갖추기 위해선 결국 내가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쪽도 저쪽도, 모든 분야를 관통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힘. 나는 그 힘을 기르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겨울에 한창 화이트보드 독점하던 시절.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라면 분명 경계를 가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갈 수 있고, 어느 이야기든 될 수 있고, 어디에나 속할 수 있는. 분명 어렵고 힘든 과정일 것이다. 절대 쉽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의외로 쉽게 쓸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렇게 경계에 서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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