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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지나버린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주변을 서성거린다.
내가 원해서 그러는 건지,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다 잊었어,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계속 서성거린다.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
내가 갖지 못한 기억을 - 그러니까 손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갖지 못한 그 기억을 -
결국엔 갖지 못해서 계속 돌아보게 되는 건지
만약 내가 그 기억을 가졌다면
그 누군가 돌아오라 애원해도 뒤 돌아보지 않았을지
ㅡ 잘 모르겠다.
이미 시간은 그 자리로부터 몇 년 넘게 멀어졌는데도
왜 아직도, 어느 순간이면 순식간에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아직도.
어떤 시간을 보냈기에, 아직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 이제 그럴 수도 없지만 -
벚꽃 떨어지는 것만큼 후드득, 비에 날리는 것처럼 몰아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늦게 떨어지는 꽃잎이 하나라도 있듯이
다 진 줄 알았는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한 잎, 아니 갈라진 반쪽짜리 꽃잎처럼
아직도 무언가가 남은 건지,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
다 끝났어, 이제 아니야 -라고 말해놓고도
계속해서 이리도 조금씩 뭔가가 나올 수 있는 게 있는 건지
나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다.
신기할 뿐이다.
다 끝났어, 이제 아니야.
다만...
순식간에 또다시,
그때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몇십 년이 지나도 이 감각이 죽지 않을까 봐
한 때 연결돼있다고 믿었던 그 감각이 죽은 척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어떤 반응에 벌떡 일어날까 봐
그 감각제가 무엇인 지 알 수 없어서
그게 조금 두렵다.
이렇게 많은 날이 흘러간다.
너무나도 많은 날이.
함께했던 시간의 배는 더 넘어버린, 그런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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