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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Mar 10. 2017

결국 내가 갖지 못한 기억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미 다 지나버린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주변을 서성거린다. 

내가 원해서 그러는 건지,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다 잊었어,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계속 서성거린다.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 

내가 갖지 못한 기억을 - 그러니까 손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갖지 못한 그 기억을 - 

결국엔 갖지 못해서 계속 돌아보게 되는 건지 

만약 내가 그 기억을 가졌다면

그 누군가 돌아오라 애원해도 뒤 돌아보지 않았을지

ㅡ 잘 모르겠다. 


이미 시간은 그 자리로부터 몇 년 넘게 멀어졌는데도

왜 아직도, 어느 순간이면 순식간에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아직도. 

어떤 시간을 보냈기에, 아직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 이제 그럴 수도 없지만 -

벚꽃 떨어지는 것만큼 후드득, 비에 날리는 것처럼 몰아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늦게 떨어지는 꽃잎이 하나라도 있듯이 

다 진 줄 알았는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한 잎, 아니 갈라진 반쪽짜리 꽃잎처럼

아직도 무언가가 남은 건지, 

감정이란 게 이런 건지,

다 끝났어, 이제 아니야 -라고 말해놓고도

계속해서 이리도 조금씩 뭔가가 나올 수 있는 게 있는 건지


나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다.

신기할 뿐이다.

다 끝났어, 이제 아니야. 

다만...


순식간에 또다시, 

그때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몇십 년이 지나도 이 감각이 죽지 않을까 봐 

한 때 연결돼있다고 믿었던 그 감각이 죽은 척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어떤 반응에 벌떡 일어날까 봐

그 감각제가 무엇인 지 알 수 없어서

그게 조금 두렵다.


이렇게 많은 날이 흘러간다.

너무나도 많은 날이. 

함께했던 시간의 배는 더 넘어버린, 그런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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