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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Apr 17. 2017

4주 동안 밀가루 끊고 체지방 2kg감량한 이야기

딱 3일간의 포효가 지나면 나름의 평온이 찾아온다.

3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 총 4주간 밀가루를 끊고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4월 1일에 친구 부케를 받기로 했는데, 3월 초에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은 것이다(선생님, 인바디 고장 난 거 아닌가요? 하고 되물었다.).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4달 만에 7kg이 찐 후, 무릎관절이 아파서 충격을 먹었다. 급격하게 살이 찌니 일단 기분이이 불쾌했고(찌는 건 왜 이렇게 쉽지요?), 움직임도 둔해졌다. 기립근도 약해졌는지 앉아서 글 쓰기도 힘들어졌다. 건강을 위해서, 또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체지방을 빨리 빼야 했다. 하루라도 굶으면 신체가 격하게 반응하는 타입이라(이틀 굶으면 오한이 오더라고요.) 굶는 다이어트는 못하고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2주 차에 찾아왔던 변화는 한 달 전에 기록했는데, 하루에 3,500번 이상 조회되기도 하고 계속 찾는 횟수가 늘자 브런치 건강 카테고리 상단에 노출됐다(그럴 줄 알았으면 카레 사진 말고 다른 것을 올리는 거였는데). 체지방 감량과 밀가루 끊기는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알고는 있지만 쉽사리 행동하기는 힘든 밀가루 끊기, 4주 기록을 적어본다.

* 이 글은 2017년 4월 18일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 홈&쿠킹 메인에 노출되고 하루동안 약 200,000번 조회됐다. 카테고리 내 BEST 1위.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살기, 밀가루 끊기는 진정 우리 모두의 고민인 것이다! 




지난 28일간 내가 한 일:


1. 칩거

  - 4주 내내 약속 하나도 안 잡고 집에서 소설만 썼다. 처음엔 이것도 미치는 줄 알았는데, 2주 정도 지나니까 어느 순간부터 즐기고 있어. 습관이란....그것은 포기의 다른말인가.

2. 식단 조절

  - 아침: 사과 1알

  - 점심: 잡곡밥& 메인디쉬 (고등어 or 닭가슴살 메뉴)

  - 저녁: 방울토마토, 바나나, 고구마, 두부 중 택

  - 간식: 치즈, 호두, 계란찜, 삶은 계란, 요구르트

3. 2주까지는 밀가루를 전혀 먹지 않았다. 3주 차부터는 주 1회 정도로 먹었다.

  - 3주 차가 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밀가루, 튀긴 음식을 먹었다. 통닭 냄새 앞에서 넘어가고야 만 것이다! 다행히 2주 정도 습관을 들이면 많이 먹지 않고 조절이 된다. 무엇보다 요요 올까 봐 무서워서 조절하게 된다.

4. 운동

  - 주 2회 PT & 주 4~5회 유산소 운동



하지만 이렇게 살면:

1.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고, 퇴고를 미치도록 여러 번 하고 신인문학상 공모(총 2편)를 할 수 있다. 

2. 체지방 2kg을 감량하게 된다.

3. 피부톤이 밝아지고 꿀피부 된다. 동시에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다. 

4. 3일째부터 복부부터 지방이 빠지고 숨어있던 갈비뼈와 복부 근육이 드러난다.

5. 처음 2주간 습관을 들이면 3주 차부터는 훨씬 수월해진다. 습관의 힘!

6. 물을 2l 마시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밀가루를 끊은 4주 간 주로 먹은 것들



* 사진에는 없지만 3,4주 차에 한 번씩 치킨과 고기를 먹었다. 오래 안 먹어서 안 맞는 거 아니야? 하고 괜한 고민을 했을 정도로 고기는 역시 맛있다.




2주간의 자아 분열기 후 찾아온 2주 안정기


* 1~2주 차는 적응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이라 새로운 식습관에 적응하는 것은 굉장히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딱 2주만 참으면 3주 차부터는 이상하게도 굉장히 자연스러워진다. 


1~2일 차: 화를 다스려야 한다.  

첫 시작은 기세 등등하다. 이미 시작과 동시에 5kg을 뺀 것 같은 마음 상태다. 그러나 1일 차 점심부터 후회가 몰려온다. 정확히 4시간 후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저녁이 되면 배가 무척이나, 꽤 많이 고프다. 양을 확 줄였더니 지방이 성내는 게 보통이 아니다. 동생이랑 거실에 누워서 먹고 싶은 거 얘기하다가 힘없이 방에 들어간다. 불을 끄고는 고작 하루가 지났음에 충격을 받고 잠에 든다. 이틀째라고 딱히 다른 건 없고, 화가 많이 난다. 내 안의 화를 다스려야 하는 시간.....


3일 차: 마의 3일 차를 잘! 넘겨야 한다. 가장 포기하고 싶던 순간.

'작심삼일'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3일 차가 제일 힘들었다. 자아분열이 나타나고, 하루를 그냥 버린다고 봐야 한다.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선택에 대한 고민부터, 왜 살지? 인간은 왜 살지? 나는 왜 살지? 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까지 이어진다. 정말이지 악마를 불러내 거래를 하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놓이게 된다. 3일째에는 글을 못 쓴 것 같다. 그냥,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4일째를 맞이했다.


4일 차: 숨어있던 갈비뼈와 복근의 존재를 되찾다!

사실 1일 차부터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숨어있던 갈비뼈가 선명히 드러나면서 '그래, 노력이란 걸 해보자'하는 생각이 든다. 근 4개월 간 품고만 있던 갈비뼈와 복근이 나타는데,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이런 걸 왜 잊고 있었지? 운동을 계속해서 복근이 있는 상태에서 체지방이 찐 거라, 그 상태 그대로 빠진다. 복근 가운데가 갈라지고 (세로선) 양쪽 선들도 드러난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5kg 감량한 기분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티셔츠 핏이 달라지고 바지가 약간의 숨을 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에 안 그랬는데 살이 쪘기 때문이다.


5일 차: 일상은 밀가루 파티구나

3일 차를 넘기면 심신의 안정이 나름 찾아온다. 그전까지는 몸도 새로운 패턴에 적응해야 하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해야 해서 몹시 피곤하다. 5일 차가 되면서 새로운 단백질 메뉴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새삼 밀가루를 제외하면 먹을 게 없음에 놀라게 된다. 생각나는 모든 음식이 죄다 튀김, 아니면 밀가루다. 돈가스랑 떡볶이 생각이 그렇게 났다. 그것뿐이랴 - 탕수육, 짜장면, 짬뽕, 피자, 치킨 등등 먹고 싶은 건 죄다 밀가루 아니면 튀김이다.


6일 차: 음식 동영상의 도움

초반만큼은 아니지만 화는 계속 난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셔준다 (최소 2리터씩). 물론 그래도 화가 나고, 동생과 끊임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함으로써 나름 욕구를 해소한다. 밤에 자기 전 음식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음식 만드는 영상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먹지는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든 영상을 보든 욕구 해소가 중요하다.


7일 차: 왜 살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왜 살지?? 인간은 왜 살까?? 자비와 풍요로움은 당에서 나오는 거였다.


8일 차: 욕구마저 포기

이때가 되면, 먹고자 했던 강렬한 30% 내외로 꺾이게 된다. 이제 지방도 아는 거다. 요구해봤자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신기하게도 배가 예전만큼 고프지 않고, 음식 생각도 덜 난다. 그러나 매 순간 고민하게 된다. 동생이 사 온 과자를 한 조각 집어 먹을까 말까, 뛰쳐나가서 과자를 사 올까 말까, 하는 고민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10일 차: 체지방 1kg 감량

스아실 3kg은 빠져 있을 줄 알았지만.....


13일 차 - 열반

떡볶이를 앞에 놓고도 먹을 생각을 안 하게 된다. 팝콘을 앞에 놓고도 손이 안 가게 된다. 정말이지 기적 같은 순간이다. 열반에 오른 것이다!

 

이처럼 2주만 참으면, 누구나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 이 아래부터는, 2주 간의 안정기에 대한 간략 정리.


3주 차 - 몸의 인지 완료 (포기)

2주간의 적응기가 끝나면 몸이 인지를 하게 된다. '이제 예전처럼 원하는 족족 밀가루와 튀김과 먹을 것을 주지 않을 거야...'하고. 사실상 포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음식 단절에서 오던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진다. 습관의 힘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3주 차부터는 현재의 식단이 일상이 된다. 그리고 자신감이 샘솟는데, 그것은 치킨이 눈 앞에 있어도 먹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그것은 과도한 자신감이었으므로 판명 났다. 밤 12시에 치킨 냄새 풍기면 1시간 참다가 손을 쭉~ 그래도 닭가슴살로 쭉~


4주 차 - 조절이 가능해지는 단계

이 때는 거의 밀가루, 튀김 없는 식단이 일상의 70%가 되는 단계. 일어나서 사과, 바나나를 먹고,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시는 것도 자연스럽다. 4주 차 정도 되면 알아서 하루에 물 2l씩 마신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정말 좋다. 화장실은 너무 자주 가야 해서 귀찮은 게 흠이지만. 4주 차가 되면 하루에 먹는 양이 얼만큼인지 몸이 알게 된다. 과식을 하지 않게 되는데, 늘 조심해야 한다. 하루만, 하루만 하고 과식하다가 그 양에 몸이 맞춰지기가 쉽기 때문에. 3~4주 차에는 두세 번 정도 밀가루, 튀김 등을 먹었는데 알아서 조절해서 먹었다. 왜냐? 일단 요요가 너무 무섭다. 사실상 갈망하는 마음만 충족시켜주면 욕구는 어느정도 해소된다. 





4주간 밀가루 끊고, 술 끊고, 음식 양도 반으로 줄여 건강식으로 식단 조절했다. 당연히 운동을 병행했는데, 살도 빼야 하고, 소설을 쓰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와 상상력을 체력이 무조건적으로 받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은 기립근 힘으로 쓴다.). 운동은 개인 운동을 주 3~4회 이상 꾸준히 했고, PT는 8회 정도 했다(근력, 유산소 위주. 1회 당 약 50분씩.) 


자세와 체력이 많이 좋아졌는데, PT선생님이 자꾸 35kg 바벨로 스쿼트랑 데드리프트를...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몇 번 이 무게로 하니까 안 하면 허전해지고... 들어 올릴 때 쾌감 장난 아니고.... 운동이 최고다. 35kg바벨로 데드리프트 하다 보면 친구 아들(16kg) 목마 태우고 스쿼트고 하게 되고, 들썩들썩 들어 올리게 되고... 괜히 상대적으로 가볍고.... 친구 아들 무지하게 신나한다.


그 결과 체지방 2kg을 감량했고, 근육 300g 얻었다

2년 전 남산으로 4개월 간 출퇴근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정확하게 아침저녁으로 10분씩 산을 타고 근육 3kg 얻었다. 근육량 증가에 등산만 한 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근육 3kg이 아직도 있는데, 그때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붙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방 안 빠지고 근육만 얻어서 전체적으로 -안 그래도 됐는데- 몸무게 3kg 증가. 꼭 하루에 1시간씩 안 타고 언덕 10분씩만 타도 근육량이 증가해요.


그리고 밀가루 끊고 물을 2l 정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정말 좋아진다.

-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PT선생님 말로는 운동할 때 (건강하게) 한 달에 체지방 1kg 감량 목표로 하는데 2주에 체지방 1kg씩 빠진 거면 빠르게 뺀 거라고 한다. 그럼 이제 우선 5kg만 더 빼면 되겠네.... 후후. 4주 간 하다 보니 이렇게 살면 정말 건강하겠다 싶어서 아예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으려고 한다. 물론 아예 밀가루, 튀김, 술을 안 먹는 것은 안되고 조금씩 조절하기로. 건강하게 체지방만 빼고, 건강하게 체력 높이자.


사실 내가 먹을까, 말까 고민할 때 마다 도와주던 마법의 주문이 있다. 


"먹는 데 1분, 빼는데 100일. 먹는데 1만원, 빼는데 100만원."

- 그러면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으면서 괜히 배가 안고파지는 것이다. 


P.S. 현재 6주 차에 들어섰다. 4월부터 신나게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요요가 무서워서 알아서 조절한다 (몸은 공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맥주, 밀가루, 핫초코... 다 먹는다. 단 하루에 한 번씩 만. 거의 1일 1식 수준인데 거의 탄수화물 위주였다(밀가루 끊는 건 4주로 끝!) 몸무게 변화는 없었지만 단백질 섭취가 거의 20% 이하에 가까웠고, 이렇게 먹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생각보다 많이 못하게 되고... 장단점은 다음 글에 기록하도록 하겠다.



4월 1일, 밀가루 끊기 종료한 날.


 


4주 동안 밀가루를 끊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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