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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Nov 12. 2017

인터넷을 끊고 책을 읽게 된 시간

혼자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온전한 사유


인터넷, TV, 스마트폰 없는 날들. 일상이 조금 바뀌었다. 


소설가 은희경의 강연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절에 들어가서 5편의 소설을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중 한 편이 그녀의 데뷔작인 ‘새의 노래’다. 소설가 정유정도 절에 들어가서 집필을 한다고 들었다. 3년 전, 특강에서 만난 소설가는 절은 아니었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고시원에서 글을 썼다고 했다. 고시원 구석구석을 일일이 핸드폰으로 확인하며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그는 실명과 필명으로 문예지에 4편의 소설을 냈고, 자신의 소설들끼리 최종심을 겨룬 결과 등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화적 환경 차이 때문인지 외국에서는 소설가들이 글을 쓰려고 호텔에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작가들은 절로 간다. 둘 다 고립된 곳에 갇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 요소를 차단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작업 환경을 만드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하여. 


지난겨울, 나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방을 골라 한 달 동안 작업실로 썼다.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은 갈증 때문이었다. 인터넷은 되지 않고, TV도 없었다. 스마트폰은 애초에 쓰지 않았기에 문제없었다. 사실 원한다면 공유기를 설치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딱 하루를 인터넷 없이 보낸 뒤, 공유기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하루 동안 나와 별 소용없는 가십거리를 받아들이느라 허비하던 시간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굉장히 상쾌한 기분이었고, 비로소 작업실을 얻은 이유가 명확해졌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온전한 사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선 스스로에게 몰입되는 환경을 구축하기 어려웠다. 의지박약인 건지 유혹거리가 너무 많아서인 힘들 때마다 바닥에 누워 가십거리를 찾아보곤 했다. 흐름이 끊기니 다시 잇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립된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나를 믿지 못하니 환경을 바꿔야 했다.    

반강제적으로라도 환경을 구축하니 훨씬 작업하기 좋았다. 우선, 습관처럼 포털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던 버릇이 사라졌다. 원래는 밤에 잠들기 전과 아침에 일어난 후에는 아이패드로 가십거리를 읽곤 했는데, 인터넷을 끊은 뒤로는 그 시간에 책을 잡았다. 읽을 게 책밖에 없었으니까.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전까지 읽었던 부분을 이어서 읽었다. 글자를 배우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행복했다. 


외부 정보가 끊긴 곳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고립된 곳에서 해야 할 일은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다였다. 하루 1권~2권의 소설을 읽고, 작법서도 간간이 읽으며, 지루해지면 소설을 썼다. 타인은 들어올 수 없는 온전한 내 시간과 공간이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소설 한 편을 완성한 뒤, 작업실을 나왔다. 그때 쓴 소설은 처음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칭찬을 들었다.      




가끔의 자발적 고립



가끔 타인의 방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증가했다. 때로는 원치 않더라도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피로감이 온다. 알게 모르게 접하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 아웃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너무 소모된 기분. 그럴 때는, 짧게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타인의 간섭 없이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스스로 지칠 때까지 파고들었을 때, 내 안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나약함이 걱정된다면 강제적으로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4시간 속세와 접속하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더 강하게 단련시킬 충전과 훈련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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