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MC 도전기
남들은 돈을 써가며 취미 생활이라는 것도 하는데,
난 뭐 맨날 돈 되는 일만 해야 돼?
나도 잉여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팟캐스트는 왜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순수하게 그 이유가 궁금해 질문을 한 남편에게 울분을 토해내 듯 쏟아부은 나는 분명 몹쓸 정신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비자발적 퇴사 후 고정 수입이 없은지 일 년 하고도 반년이 지난 시점. 이 상황은 전혀 계획에 없던 당황스러운 일이라 그것을 온전하게 직면하고 있는 나의 정신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가있는 것만 같다.
무슨 일이든 짜여진대로 움직이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 항상 주어져야만 만족하는 완벽주의 성격인 내가,
도대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한 점만 눈에 보이고 성과란 것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 육아라는 일을 전업으로 한지도 벌써 만 2년이 넘었다.
이제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지 간에 일에 끝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활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처럼 팔팔 끓어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되었다.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레 월급이란 것이 끊겨본 적 없었던 나는 육아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내면 어딘가에는 늘 공허함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결국 나에게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존재를 보장해 주는 돈과 명함의 부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결핍을 채워보고자 나답지 않게 아주 즉흥적으로 사업자를 냈고 무자본 창업 초신자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지금의 결정으로 인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시뮬레이션 한번 돌려보지 않고 이번처럼 무작정 일을 저질러본 적은 과거에 아마 없었더랬지...
그렇게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 = 돈 벌어오는 일을 다시금 시작하기로 했다. (명함도 바로 만든 건 안 비밀.. 훗)
하지만,
무자본이지만 이것도 사업은 사업이라고 난생처음 사장님 역할을 해보자니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에서 떠도는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월 천은 금방 벌어요!'와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고.
그도 그럴 것이 남이 만들어 놓은 상품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되파는 이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 형태는 방구석에 처박혀 컴퓨터 앞에 누가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가의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고 이는 당연하게도 내 성향과는 그다지 맞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버리고 중간중간 마케팅의 모든 것, 브랜딩 하기, 인스타 하는 법과 같은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과 컨설팅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 나면 이렇다 할만한 수익과 지속적인 아웃풋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오랜만에 느끼는 인력으로 안 되는 상황, 바로 그것이구나!
렛잇비 정신으로 무너지는 멘탈을 부여잡고 조바심은 버리며
긍정의 눈을 어디에서라도 빌려와 봐야겠다.
분명 사람 볼 줄 아는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러브콜을 해 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억지 위로를 뒤로한 채,
기왕 이렇게 FA 시장에 나오게 된 거 이번 기회에 잘해서 하는 일 말고 돈이 되지 않아도 내가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을 한 번쯤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팟캐스트였고 나와 같이 그쪽(?)에 재능과 소질이 있는 ENFP 그녀와 함께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데...
아무도 나에게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압력을 넣지 않았다.
그저 사회적 경제적 성공만이 전부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관성이 만들어낸 자격지심과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끝이 없는 욕심이 날 괴롭히고 있는 것일 뿐.
그나저나 팟캐스트 진행.
나 그거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