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날 괴롭히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 후부터 숙면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 원인은 당연히 아기 때문인 줄 알았다.
임신 중에는 방광이 눌려 밤새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아졌고, 출산 후에는 새벽 내 몇 번이고 모유 수유를 했거나 그 이후에는 아이의 뒤척임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 깬다거나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또는 중년 아재가 된 고양이 치즈의 광란의 밤 때문일지도...
(고양이와 함께 살지만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탓에 그의 행동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대체로 잘 알지 못한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결국 이유를 찾아내고 해결을 하기 마련인데,
'도대체 왜 나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슈는 몇 년째 해소를 못하고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추측한 원인으로는 #아기 #고양이 #잠귀가밝다 #생각이많은타입 등등...
해당 요소들은 어차피 단기간 내 제거할 수 없는 것들이고 어차피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면 증상을 좀 더 완화시키는데 초점을 둬야겠단 생각에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왜 이렇게 근심 걱정이 많고
잠을 자면서까지 긴장해 있거나 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가
언제나 그렇듯 나 자신 내면 깊은 곳으로의 여행은 내가 자라온 환경, 특히 가정환경과 그 안에서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부모님에게 나는 어떠한 자식이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모습은 무엇인가.
각자의 존재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얼만큼이었을까.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결심하였는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이란,
불안정한 부모의 관계로부터 파생된 사건 사고들. 자력으로 피하거나 이겨내기엔 너무나 어려웠던 상황들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
그랬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 늘 걱정이 많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나의 상태는,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뇌가 항시 긴장 상태를 유지하거나 편안함이나 안전감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매우 적어서이고,
예측 불가의 상황에 노출된 적이 잦아 이유 없이 쉽게 불안해지는 것.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살아왔던 관성으로 인해 지난 20대의 연애는 대체로 안정적인 관계보단 드라마틱한 상황이 나로 인해 연출되었었고,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되면 지루하다 느껴 내가 먼저 차 버리거나 쉽게 권태를 느끼곤 했었다.
안정적인 관계와 상태라는 것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불편한 것이었으며,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는 불안정함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 또는 방어 상태로 긴장해 있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익숙한 것이었을 테니...
나의 관성 되로, 늘 하던 대로 그렇게 이끌리는 대로 첫 번째 남편을 만났던 것이고,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건강하고 계획된 생활에서의 편안함과 행복을 찾기 위해 지금의 남편과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당신이 숙면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정작 본인 자신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