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멀리 도망가서 오래 행복하게 살아
네가 내 사람 인생 살래? 그냥 외형만 바뀌고 지능이 조금 올라갈 뿐이야. 대신 안 귀여워지기는 해. 날지도 못할 거고. 넌 작은 동물이고 난 사람이래. 우린 서로 바란 적 없는데 삶이라는 것을 누려
정말 이상하지. 난 너와 달리 지성인으로 태어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알면서도 이젠 더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게 돼. 어쩌면 모든 것들은 주변 환경에 대해서 점점 무감각해지는 게 오히려 아름다울지도 몰라. 절제가 없는 삶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기어이 모든 사람을 말로써 죽이거나 셀 수 없이 많은 돌을 맞아 곤죽이 되어 괴로움과 맞바꿔 온전해진다면 과연 후련해지는 걸까? 지성인인 나는 이걸 내 안의 악마라고 말하지만 그건 나의 도덕적 관념이 하는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쩌면 그게 정말 아름다운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나는 평생 나를 스치는 모든 것에 마음을 다하고, 그들을 아름다운 액자로 만들고 망치지 않으려 나를 가두고, 나를 묶고, 나를 얽매이게 하고, 내 다리를 자르고, 내 팔을 자르고, 내 입을 막고, 내 귀를 막는 그저 눈에 담는 것만이 허락된 세계. 나는 그런 세계에 살아. 후련하지 못한 세계. 그것이 지성을 가진 대가. 참새의 삶을 사는 너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어?
우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누가 나보다 빨리 달려서 나를, 너를 막아줄 수는 없는 걸까. 어떤 공포심으로부터 도망치는 우리를 말이야. 너는 알까 우리가 그 찰나에 같은 심정을 공유할 수 있는 영혼이었다는 것을.
차라리 조금 멍청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어쩌면 지금 가장 멍청한 짓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잠깐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난 매 순간 어리석었던 사람이 될 것 같아. 이 얼마나 아찔한지. 하루에도 수십 번 발을 헛디디고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