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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May 21. 2021

[May:5월] 버티는 삶, 의식의 흐름.



봄의 본질은 무엇일까. 계절은 그 본질을 확인하기 어렵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낙엽이 떨어지고 꽃이 피거나 코 끝 시린 냄새로, 현상이 일어날 뿐이다. 우리는 계절의 본질을 어떻게 알고 단어로 만들어 낸 걸까.


단어를 만들어 낸 이상 그 감정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어느 날 서점에서 알게 된 책 제목은 그 강렬함 때문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있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제목이란 우울의 바닥에 허덕이고 있었을 때, 밥은 잘 챙겨 먹었던 날들을 대변하듯 공감했다. 대충 해먹지 못하고 양 조절은 늘 실패하며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기 일쑤였지만. 


나는 요리를 하고 정신없이 쌓인 그릇을 뜨거운 물로 설거지할 때가 샤워할 때보다 좋다. 오해 마시라, 그렇다고 설거지를 즐겨하는 것이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씻어놓은 그릇이 금세 말라 물방울 몇 개 맺힌 모양이 내 땀보다 좋다. 그저 혼자서 뭔가를 해내는 것이 성취감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뭔가를 하려 해 보지만 주변의 어떤 것들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되는 감정을 여느 댓글에선 조별과제라고 답했다. 외로운데 혼자 있고 싶지 않은 감정도 그런 단어로 명명될 수 있다면, 나도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강박증이 분명해 보이는 사람의 깔끔함을 떠올린다. 사람에게는 온몸 곳곳에 그 사람의 지난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고착된 성격을 발견하진 못했다. 그것을 느낄 때마다 서른몇 살이었을 얼마, 딱 내 나이와 서른 살 차이 나는 엄마의 30년 전을 상상한다. 듬뿍 받는 사랑, 과잉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란 과연 사랑에 과유불급이 적용될 수 있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는 현재의 나를 만들어냈다. 가끔 청소와는 담쌓은 기간에 나는 결벽증이라도 있었으면 내 신체 사이즈가 조금은 줄 지 않았을까 기대한다. 그러나 살면서 단 한 번도 마른 몸매였던 적은 없다. 뱃살은 인격이라는데 반기를 들고 싶다. 지방의 양과 인격이 비례한다면 나는 필시 좋은 사람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지방이고 인격은 그저 인격이다.



-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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