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일에 할당된 시간과 관심이 많아졌고, 글 쓰는 욕구를 다시 업무일지에 쏟고 있어서라고 탓해본다.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 유난히 복부 초음파의 사진을 찍어대던 선생님에게 차마 ‘제가.. 어디.... 문제가 있나요?’라는 한마디를 못하고 위내시경을 당한 나는 20여분 후에 몽롱하게 깼다. 시원한 트림을 몇 번 하며 마트에 들러 우유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선 한껏 낮잠을 자고 일어나 밥을 먹었다. 비도 오는데 널어놓은 이불을 걷지 못하고 뒹굴며 보내는 주말. 유튜브에만 폭 빠져 숏츠를 보며 뇌가 절여지는 느낌.
비 오던 밤, 카페에서 나서는데 문을 여니 훅- 찬 바람을 맞았다. 연휴 내내 더운 바람에 이 9월에도 여름이 가시지 않았다 싶었는데, 불쑥 느껴진 가을이었다. 일부러 가져온 카디건이 다행스러웠다. 여름 내내 열기가 가득했던 내 머리도 더 짧게 잘랐고, 그렇게 식혀지길 바랐는데 우연히 맞은 냉기가 반갑기만 하지는 않았다. 식어질 때구나, 내려놓을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겠구나.
기대하는 것들이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내가 놓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하는 것들을 구분하고
그렇게 나를 정제해 가야겠다. 인생에서 어떤 것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