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게 난 사고는 언제나 그래왔듯 100% 나의 과실로 일어났다. 운전경력 12년이 넘었지만 사고는 참 아차 하는 순간에 생긴다. 일어나 버린 일을 처리하는 데에 침착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지나가던 아는 오빠(하필 그는 형사..)가 도와주셔서 자칫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던 것을 막아주었다. 하마터면 터진 타이어를 끌고 고속도로를 달릴 뻔.
보험처리부터 느닷없이 받은 사고문자에 놀라 부모님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차는 견인을 맡기고 아득해진 상태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를 되짚어봤다. 사고가 나기 전 내 머리를 어지럽혀준 장애인 직원, 자는 동안까지 일만 생각하다 보니 오전엔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오후엔 차 사고까지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은 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들이 닥쳐도 곧잘 괜찮았던 나지만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아침.
다행인 일들이 겹치는 것도 행운이다. 몸은 다친 데가 없었고, 하필이면 지나가던 오빠의 도움을 받았다. 차는 병원에(정비소에) 갔지만 의외로 돌아오는 버스가 복잡하지 않아서 그 밤에 걷는 공기도 느낄 수 있었다. 내 머리를 어지럽힌 이들을 탓할 수도 있었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사고 낸 차는 법인차량이라서 그건 또 그거대로, 잃어버렸던 휴대폰도 곧 내게 돌아왔다는 것도. 일어날 일이었다면 모두 수습할 수 있는 정도와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 것이, 이상하게 행운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240914
명절 연휴 동안의 짐을 싣고 세 군데의 일정과 장소를 거쳐 본가로 내려가기 위해 집 앞 주차장에서, 나는 두 번째 사고를 겪었다. 정비소에서 차를 수령한 지 이틀만이다. 그 사고를 막기 위해 힘껏 차를 막아내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네 사람이 달려들어 밀려오는 차를 막아내주셨고, 내 차엔 움푹 상처가 또 생겼다. 차주를 부르고 보험회사에서 출동하는 동안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5일 동안 두 번의 사고가 난 건 정말이지, 내 멘탈을 털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도 내 과실이 100%인 사고다. 내가 크게 다칠 뻔했지만 보험사는 그보다 중요시하는 것들이 있다. 서운해도 어쩌겠는가. 그럴 필요가 없는 것들을 제쳐두고 나니 그래도 사고가 좋게 마무리되었다. 자고 나니 내 몸도 욱신거렸는데 그보다 내 차에 난 상처가 더 뼈아픈 기분이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쉬기로 작정했다. 명절에 본가를 내려가는 건 하루 미루고서. 이렇게 몸과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땐 마치 태교 하듯, 나를 잘 먹이고 잘 재워야 한다고 들었다. 아파트가 떠나갈 듯이 울었던 감정도 추슬러야 했고, 약속했던 이들에게도 못 만나서 미안하다, 괜찮다 다독여주면서.
이따금씩 만나는 고모가 낯선 조카는 밖에서 뛰노느라 한껏 거슬린 어린이가 되었다. 세상에 나온 지 2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까,라고 감안하더라도 내게 새침하게 대하는 아이가 조금은 미울 수 있는데 나는 그저 고모로서 무한한 사랑이 샘솟는 걸 느낀다.
아이가 가정에 주는 행복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크다. 그가 입장함으로써 달라지는 공기부터 유머코드가 다른 그 시기 아이들이 배시시 웃어주는 포인트까지. 먼저 하라고 남동생에게 결혼을 부추긴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덕분에 사랑을 알아가는 고모가 된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마음이 여러 번 늪에 빠질 뻔했고, 8시간을 달려 본가로 무사히 도착했고 그래서 고작 26개월짜리와 함께 놀 수 있는 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이번 주가 얼마나 가치 있게 느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