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16 - 베풀어야 오래간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상대방의 호칭을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는 현대 사회에서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메시지를 던져 준다. 블로그 이웃, SNS 팔로워, 브런치 스토리 구독자, 스레드 스친, 인스타그램 인친에게 댓글을 달 때, 그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관계의 깊이가 차이가 난다는 거다. 팔로워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인간관계의 질이 결정되기에, 깊은 관계일수록 본명을 부르고, 관계에 따라 2인칭, 3인칭 대명사, 혹은 어색한 관계면, 이름조차 부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나를 온라인에서 '와이'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더블유와이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으며, '와이작가'님, '윤정'님 이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다. 최초에 더블유와이라는 닉네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커뮤니티에서는 '더블유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어느새 특파원 활동을 하면서 '더블유와이'라는 닉네임이 알려졌다. 그런데 블로그에서 검색해 보니, 강남의 WY치과가 검색이 되었다. '더블유와이'의 닉네임이 검색될 수 있도록 뒤에 '랑'이라는 글자를 붙여서 '더블유와이랑'으로 블로그를 변경한 적이 있다. 남편과 나의 닉네임을 섞어둔 닉네임이다. 이렇게 불리면, 우리 부부를 함께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와이'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나의 닉네임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이다. 남편 닉네임 W를 떼어내고, Y만 남긴 체 와이님이라고 지칭한다. 불려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뒤에 '작가'를 붙였다. 그리고 남편의 닉네임을 떼어냈다. 2~3년 지나고 나니 이젠 나를 '와이님', '와이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스레드에 닉네임 자체를 '와이작가'로 변경했다. 나의 정체성을 좀 더 살려보기 위해서다.
책을 출간할 때는 '닉네임' 즉, '필명'으로 출간해도 괜찮다. 실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익명성을 보장받고 싶은 마음에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다. 내 경우에 <평단지기 독서법>에는 그래서 이윤정이라는 실명과 더블유와이랑 이라는 닉네임을 함께 담았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내 실명보다는 더블유와이랑이라는 닉네임이 온라인에서 더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프라인에서는 내가 SNS를 운영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전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에게는 존재감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 <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과 세 번째 책 <습관은 시스템이다>부터는 필명대신 본명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윤정이라는 이름은 정말 흔하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서 찾아보니, 오늘 날짜 기준으로 79명이 나온다.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해도 나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렸을 때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아빠에게 '개명'을 하고 싶다고 한 적 있다. 윤정이라는 발음이 내겐 어색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글 이름이나 윤정 대신 정윤 이런 식으로 불리고 싶었던 이름을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
(윤) 荺 풀뿌리 윤, 풀뿌리 운, 풀뿌리 균, 연뿌리, 연근
(정) 晶 맑을 정. 1. 맑다, 깨끗하다 2. 밝다, 빛나다 3. 수정(水晶)
윤은 연뿌리(lotus)의 의미를 담고 있다. 79명의 윤정 중에서 풀뿌리 윤, 연뿌리 윤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다. 대학교에서 계절학기 수업으로 한자를 들은 적이 있다. 강사님이 내 이름을 보더니 처음엔 '균(均)정'인 줄 알았다고 한다. 흔치 않은 한자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나의 이름이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 아빠가 지어 준 한자의 의미를 알고 나니, 내 이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책 쓰기 수업을 들었거나, 책을 읽고 나와 인연이 된 사람들은 '와이작가'라는 닉네임 대신 '윤정 작가'님으로 부른다. SNS 댓글을 남길 때도 몇 명은 내게 SNS 채널에는 적혀있지 않은 나의 이름을 붙여 윤정님이나 윤정 작가님으로 부르면서 댓글을 남긴다. 그런 댓글을 읽으면, 와이, 와이작가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것보다 좀 더 꽃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나도, 이웃의 이름을 알게 된다면, 닉네임 보다 이름을 불러 주고 싶다. 주변 작가님들 중에서 개명을 하신 세 분이 있다. 필명을 쓰는 작가님도 두 명 있다. 좋은 이름으로 바꿔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그랬으리라. 어떤 호칭으로 불러주면 그들이 좋아할까?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줄수록 사회적 관심이 더 깊어진다. 좋은 마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SNS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언급하면), 그들이 내게 와서 꽃(공감과 댓글)이 된다.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길 때는 해당 작가의 이름도 함께 써보자. 작가가 나의 채널에 와서 공감과 댓글을 남길 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름이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팔로워의 좋은 이름을 불러 주자. 아름다운 꽃이 되어 나와 지속할 수 있도록.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의 닉네임이나 이름 자주 불러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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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91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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