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32 - 삶의 가치 점검하기
매일매일, 순간순간 바뀌는 행동에 기준이 있는가?
아빠와 한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전주 여행을 갈 계획으로 숙소를 예약해 두었으나, 지난주 아빠와 통화한 이후로 숙소를 취소했다. 아빠의 선택은 "가까운데 가."였다. 아빠의 마음은 '가까운 곳에 있는 꽃구경'인 반면, 나의 선택은 '아빠 혼자 갈 수 없는 가고 싶어 했던'곳을 선택했었었다. 애초 아빠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본다.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아빠를 위한 선택이다. 몇 달 동안 한 달에 한 번 아빠와 데이트를 시작해 이어오고 있고, 내가 직면한 아빠의 은혜에 보답하고 다음에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의 중요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 도전은 아빠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이어갈 예정이며, 한국을 넘어 해외여행까지 넘보게 되었다.
아빠는 해외여행은 싫다며, 우리나라에도 못 가본 곳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대답을 얼마 전까지 하셨었다. 하지만, 주민 자치센터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들으며 구글 렌즈로 외국어를 찍으면 한글로 번역되는 기능을 배우셨다. 그 이야기를 내게 전할 땐 세상 신기하다는 말투였다. 그렇게 아빠가 직접 해외에서 구글렌즈를 테스트해볼 수 있게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한 여권을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 아빠 혼자 가셔서 여권을 만들어 오셨다. 어제는 아침고요수목원엘 다녀왔는데, 차 안에서 아빠에게 자연이 좋은 지 건축물이 좋은 지 여쭤 봤다. 아빠는 당연히 '자연'이 좋다고 하셨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지역은 스위스 산, 그리스 지중해 바다, 오스트리아 짤쯔감마굿, 뉴질랜드 숲,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그랜드 캐년이 떠올랐다. 아빠와의 여행을 위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사실은 가까운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을 생각했었으나, 아빠에게 필리핀, 중국, 미국 비행기를 태워드렸으니 이젠 유럽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왜 매력적일까?
매주 목요일 여든세 살의 아빠는 서예를 배우신다. 그리고 할머니 네 분과 티타임을 갖는다. 어제는 3시 30분까지 무인 카페에서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었다고 하셨다. 다음 주에는 수업을 빠지고 다섯 명이 월미도로 놀러 가기로 하실 정도로 끈끈해지셨다. 화요일은 스마트폰을 배우신다. 할아버지들과 수업 끝나면 자장면을 드신다고 한다. 양쪽 할아버지 사이에 앉아서 아빠가 먼저 배워 익힌 스마트폰 기능을 하나씩 알려 드렸더니, 아빠에게 "선생님!" 하면서 식사를 대접하셨다고. 사실은 아빠가 중학교 선생님을 하시긴 해서, 아빠에겐 '선생님'이라는 단어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 누구에게나 아빠는 존경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아빠는 아낌없이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바라는 게 없이 매번 '그냥' 나눠 주시고, 알려 주시는 게 아빠의 삶의 태도 아닐까.
아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
언제 가장 힘들었냐고 여쭤봤다. 아빠의 아버지, 즉, 나의 할아버지는 독립신문을 만들면서 감옥에도 두 번 다녀왔다고 한다. 그렇게 결국 아빠와 할머니를 남겨두고 만주로 넘어가셨다고. 할머니가 가족들 데리고 만주까지 넘어가 1~2년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울에 터를 잡았으면 좋았으련만, 산골 마을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에 터를 잡았다. 먹고살 거리가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결국 가족과 친지를 남겨두고 혼자 부산으로 내려가 한의원 사모님 유모로 취업하여 2명을 키우면서 받은 돈을 시골에 있는 가족과 친척에게 보냈다고 한다. 먹고살 거리가 부족했던 시기 할머니가 보내 준 돈으로 시댁 도련님 내외와 자녀들이 집도 사고, 밭도 사고, 소도 한 마리 사셨다고 했다. 할머니가 가끔 집에 와보면 소는 늘 송아지로 바뀌어 있었다면서 속상해했다고. 할머니는 내어 주고, 먹여 살리는 존재, 현재로 따지만 워킹맘이었고, 한 부모 가족으로 자식과 친척까지 부양하는 사람이었다. 위대한 할머니였다고 말씀드리니, 아빠는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다며 맞장구치신다. 하지만 그때 보다, 아빠는 우리 엄마와 결혼한 후 1년 차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당시엔 아빠 직업도 없었는데, 엄마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고. 엄마에게 왜 결혼했냐고 물어봤더니, 아빠가 당시에 '대학'을 나온 사람이어서,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믿음 하나였었다고. 우리 엄마도 사람 보는 눈이 있었나 보다. 결혼 후 50년 동안 아빠의 보살핌을 받고 사셨다. 결혼 1년 차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하신다.
삶의 가치, 시대를 반영하다.
한 순간의 선택은 그 가정의 문화코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아빠는 아빠의 엄마에게 나눠주는 삶을 배웠던 반면, 엄마는 아빠에게 선함을 베풀 기회를 제공한 사람이었다. 배우자나 부모는 자신은 잘 챙기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에게는 더 특별한 것을 주려고 돈을 쓰고, 마음을 썼다. 가정의 문화코드는 경험에 바탕을 두고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을 이끄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선택에서 나왔다. 요즘 부모님의 영향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나의 행동은 아빠에게서 왔고, 아빠는 할머니에게서 내려온 건가 보다.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사람.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라지도 않으면서 나눠주는 마음을 할머니와 아빠에게 물려받은 듯하다.
어젯밤에는 19년 만에 정식 MBTI 테스트를 해보았다. 2개의 선택지가 나온다. 144개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순간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느껴지는 것을 선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동일한 문제지만 여러 번 반복되어 질문이 나온다. 좀 전까지는 A가 가까운 것 같았는데, 다시 나온 문제에서는 B가 더 가까워 보인다. 선택이 오락가락했다. 되돌아가서 답을 수정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ISTJ였는데, 아마 INTJ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뀌는 마음, 이제는 기준을 정한다. 그동안 지나온 내 삶이 A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B를 선택하고 있다. 아빠와 떨어져 지낸 19년의 세월이 새로운 나를 창조해 냈을지도 모르겠다. 벤저민 프랭클린 13개의 미덕 체크리스트를 평생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절제, 겸손, 베푸는 삶만큼은 바뀌지 않고 평생 이어갔으면 좋겠다. 삶의 가치는 정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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