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사람을 얻는 지혜』004 참된 지식은 용기를 준다
"깊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다 나으면 얘기할게."
"무슨 깊은 얘기야?"
"어, 우리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지 않을까?"
콧물감기약을 먹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코도 막히고, 두통이 생겨서 머리도 지끈지끈했다. 어제 계획은 '쉼'이었다. 어쨌든 월요일까지 감기가 나아야 하니까.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허리가 아파서 소파에서도 잠시 누워있었다. 내 배를 보더니, 남편이 와서 배를 한 번 슥슥 문지르고 간다.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자기 혼자 있었으면 더 건강했을 텐데, 내가 계속 시켜 먹자고 하고, 안 좋은 거 먹자고 그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드네. 옛날엔 안 그랬는데."
정신이 없어서 말대꾸도 못했다. 전기차 충전하려고 어제저녁에 꽂아두고 와서 밖에 나가야 한다. 충전완료 후 10시간인지 넘으면 과태료를 낸다고도 했지만, 과태료를 내야겠다 싶을 정도로 몸이 안 움직였다. 남편은 한 번도 지금 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어서, 보험도 집어넣지 않았다. 그러니 남편보고 차를 빼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저녁은 얼큰한 게 먹고 싶다고 해서, 짬뽕과 짬뽕밥을 주문했다. 코가 막혀서 맛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한 끼를 또 해결했다. 잠시 쉬었다가 차를 빼러 다녀왔다. 집에 와서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한두 시간 후 남편이 오더니 전에 하지 않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라고.
퇴직한 지 남편은 4년 차이고, 나는 이제 곧 3년 차가 되어간다. 나름 나는 퇴사 후에 책을 쓰면서, 책 쓰기 수업도 하고, 독서모임도 참여하면서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은 사회생활 없이 혼자 지내는 편이다. 지난번에는 본인도 사람들 만나 족발이나 치킨 먹으면서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모임을 직접 만들어보라고 권유했다가, 없었던 일로 하라며 더 이상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편에게 퇴사하고 1년 동안 책만 읽어보라고 15권 정도 추천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 5권 정도 읽어주긴 했지만. 더 읽지는 않았다. 물론 남편이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어서 그런 책을 요즘에도 읽긴 하지만. 남편에게 스토아철학을 소개했다. 지금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재해석해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스토아 철학이 '제논'철학 아니냐고 한다. 제논 철학은 궤변을 늘어놓았던 사람이라고. 스토아철학에 대해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양귀자 <모순>을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싯다르타>, <코스모스>, <사피엔스>도 추천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에 대해서도 말했다. 행복하기만 해서는 행복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고통이 있어야 행복을 느낀다고 말해주었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남편은 나중에 어떤 풍파가 닥쳤을 때 더 크게 요동치는 거 아니냐는 말을 꺼낸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제주도 일 년살기 한 번 해보자고 한 적 있다. 남편은 당시에는 극구 반대를 했는데, 어젯밤에는 내가 가자고 하면 가보겠다고 한다. 대신 돈은 더 많이 드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면서. 무언가 시도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면,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 책을 읽어도 내 생각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더러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이 있구나 느껴보는 게 필요하다.
어제 북위키 독서모임을 가졌다. 처음으로 체계적인 독서모임을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셈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혼자 기분이 업되었다. 남편이 너무 업하지 말라고 자제시킬 정도로. 책 선물도 왕창 준비하고, 행운권 추첨 이벤트도 마련했다. 노쇼 방지용 1만 원도 현장에서 돌려주려고 봉투에 돈을 만 원씩 집어넣을 때도 신이 났다. 모임에 다룰 책은 4권이었다. 각자 가지고 온 책이 다르다. 그럼에도 인생의 행복에 관한 주제로 관통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도 처음은 두려웠다. 책을 한 두 권씩 읽고, 내 생각을 기록했다. 큰 도전이 아니라 아주 작은 도전부터 오늘 할 수 있는 일로 목표를 삼았다. '어,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아침마다 하나씩 배우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쌓여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온 도전이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줗었다. 안 되면 되게 하는 방법, 실패해도 성공으로 바꾸는 방법, 완벽하지 않고 완료하면 된다는 의미, 70%만 완성해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것까지 어떤 도전도 실패를 걱정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독서모임 덕분이었다. 책을 읽었고, 생각을 글로 남겼다.
첫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예전 모습대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콧물감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콧물감기 덕분에 푹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프니 남편도 더 깊은 생각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북극성 같은 책들을 읽은 덕분에 늘 용기가 생긴다. 모임에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온다. 그러면 늘 이렇게 바뀐다. "나도 한 번 해 보지 뭐!"
"지식은 두 눈과 같고, 용기는 두 손과 같다. 지식과 용기가 위대함을 만든다."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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