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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

『사람을 얻는 지혜』177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가 더 오래 간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회사 생활을 16년 했다. 신입 시절엔 티타임같은 시간에는 부모님 이야기, 언니 이야기, 조카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었다. 회사 동료들이 내가 만나는 유일한 사람들이던 시절이었다. 가족같은 회사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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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달라졌다. 남편이 회사 선배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집안 이야기를 동료들 앞에서 꺼내지 않게 됐다. 누군가에게 툭 던진 말이 동료를 통해 남편에게 전해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였다. 다음부터 말을 아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회사 소식이나 일과 관련된 정보만 나눴다. 그렇게 거리를 두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사람들이 티타임 할 때, 내 경우에는 그냥 내 자리에서 업무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오늘 저녁 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V매장의 점장으로 일하던 후배에게는 단골 고객이 있었다. 고객은 매장을 자주 찾았다. 단골이다보니 개선점을 조언하고, 점장에게 직접 연락을 주기도 했다. “이건 이렇게 바꾸면 더 좋겠어요.” 점장은 처음엔 고마웠다. 매장 운영에 도움을 주는 충성 고객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전화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객은 친근함이라 생각했지만, 점장에게는 업무범위를 침범하는 스트레스였다. 결국 점장은 회사를 그만뒀다. 고객은 마지막까지 전화를 걸어 “왜 그만두셨냐”고 물었다.


“제가 회사를 그만뒀는데, 이제 전화하실 이유가 있나요?” 그후로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났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의 거리’를 말한다. 서로 따뜻함을 느낄 만큼은 가까이 있지만,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그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친근함을 ‘신뢰’로 착각한다. 모든 관계는 신뢰 이전에 ‘존중’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게 어렵고, 빨리 틀어진다. 회사에서 경험했다. 가깝게 다가간 관계일수록, 결국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리곤 했다.


퇴사 후, 관계의 거리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가까이 있지만, 너무 가깝지 않게. 먼저 조절해야 오래 간다. 상대의 행동을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가족 이야기는 집에 둔다. 회사에서는 업무와 정보 중심의 대화를 나눈다. 감정의 영역은 줄일수록 오해가 적다. 가깝다고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말하지 않아도 믿어주는 관계가 진짜다.


SNS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친하다고 DM을 자주 보낸다면 상대방은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오픈되어 있는 콘텐츠의 공개댓글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친밀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는 차가움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함을 오래 지키기 위한 장치였다. 먼저 선을 긋는 용기가 관계를 지키는 지혜가 아닐까.


177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가 더 오래 간다. "너무 친밀한 교제는 피하라." 『사람을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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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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