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함과 반가움

671『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MAR 3 생산성과 창의

by 와이작가 이윤정

MAR 3 생산성은 루틴을 유지해야 높아지고 창의성은 루틴을 벗어나야 발휘된다.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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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은 연락을 규칙적으로 이어갈 때 깊어지고, 반가움은 연락을 잠시 아껴둘 때 피어난다.


아빠에게 전화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랑 매일 통화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전화하지만, 할 말은 없다.

"아빠 식사했어요?" 또는 "오늘 뭐 하셨어요?", "특별한 거 없으세요?" "내일 어디 가요?"

처음엔 아빠도, 나도 할 말이 없어서 상투적인 전화만 오고 갔다. 때로는 그저 안부 인사, 생사 여부 전화 용도였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아빠에게 관심을 보이고,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한 단계 들어간 질문을 한다. 처음에는 1분도 안 되는 전화였다. 요즘은 10분, 길면 20분을 넘긴다. 수업 시작 전 잠깐 통화하려고 걸었는데, 아빠가 계속 말을 이어 가셔서 수업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다. 대화 주제가 생긴 게 아니다. 같은 질문인데 대답이 길어졌다. 아빠와 마음 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매일 전화하는 루틴이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오늘 아빠는 한글 서예를 다녀오셨다고 했다. 아침에 사진 한 장 보내 주셨다. '명랑한 새 아침'이라는 글귀를 보니, 괜히 아침이 명랑해진 느낌도 들었다. 그 사진이 기억나서 한글 서예 수업이 재밌었냐고 물어보았다. 아빠는 한글 서예를 3년째 다니고 계신다. 재밌지만 실력이 안 는다고 한다. 집에서 연습을 안 하시니 당연하다. 수업 2시간 중 30분만 쓰고, 나머지는 옆 사람 구경하러 다니신단다. 아빠보다 늦게 등록한 분들이 실력이 더 나은 건, 집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빠는 호쾌하게 웃으셨다.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나도 웃었다. 그럼 되는 거지, 구경하러 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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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뭐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병원에 가서 인지검사를 받을 예정이란다. 아빠는 보라매 병원으로 혼자 다니신다. 검사하러도 혼자 가고, 진료받으러도 혼자 가신다. 가끔은 의사나 간호사가 보호자랑 함께 오라고 할 때면, "난 보호자 없어요. 내가 보호자야."라고 하실 때도 있었다. 우리가 바쁜데 시간 내어서 오라고 할까 봐 둘러 대시는 거다. 아빠에게 잘 하고 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밥 먹었는지 여쭤본다. 아빠도 되묻는다. 어제 언니가 만들어 준 정월 대보름 나물이 맛있었다고 그걸로 식사했다고 했다. 아빠도 그랬다며.


정월 대보름날이다. 아빠에게 달 한 번 쳐다보라고 했다. 엊그제 갤럭시로 보름달을 30x 줌 사진 찍는 법을 알려 드렸기 때문이다. 아빠에게도 신기한 경험을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빠는 오늘이 '월식'이라고 한다. 달이 안 보인다며. 안 그래도 8시 즈음 달을 쳐다보니 정월 대보름 달이 아니라 한쪽 귀퉁이가 패인 달이었다. 아빠 덕분에 오늘이 월식인 줄 알았다.


아빠에게 정기적으로 전화 오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저녁 7시마다 아빠에게 전화가 한 통 온다. 바로 안동 교회 집사님이다. 아빠가 서울로 이사 온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2년 이상 매주 전화를 걸어 안부 인사를 하고 계셨다. 그럴 모르고 있다가 1년 전 즈음에서야 알았다. 아빠가 설 명절에 어떻게 감사 표시를 할까 고민하셨다. 안동에 이마트가 있으니까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보내드리라고 했다. 아빠는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되겠다고 하셨다. 이사 온 후에 구역 소속도 아닌데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 주시는 집사님이 감사했다. 오히려 딸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끄러웠다. 나는 매일 전화하면서도 '해야 하니까'라는 의무감에서 할 때가 많다. 아무 감정 없이. 그런데 집사님은 구역 소속도 아닌데 2년 넘게 매주 전화를 하신다. 의무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졌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아빠와 시댁에 전화해야 했는데. 아빠에게 전화할 때 이젠 한 가지를 바꿨다. '오늘 아빠한테 뭘 물어볼까?' 하나 생각하고 전화한다. 질문 하나가 대화의 온도를 바꿔준다.


직장 다닐 때는 시댁에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 점심시간에 전화했었다. 요즘은 너무 규칙적인 것 같아서 알람을 지웠다. 그랬더니 자주 잊는다. 가끔 생각나면 전화를 드린다. 오히려 반갑게 전화를 받아 주시고, 별일 없느냐고 물어보신다. 시아버지께서는 내게 "글 잘 쓰고 있느냐?"라고 물으신다. 가끔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뜬금없이 연락드려서 안부 인사를 드리는 것. 부모님께는 반가움보다 친밀함이 더 우선이 될 필요가 있다.


가끔은 전화를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정기적인 전화가 유리하다. 별일 아닌 듯 전화하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가끔 전화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어색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친밀함을 유지해야 하는 관계라면 연락을 규칙적으로 이어가면서 관계를 깊게 만들고, 드문 드문 이라도 반가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락을 잠시 아껴두었다가 불규칙적으로 한 번씩 연락하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오늘도 아빠에게 전화했다. 할 말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었다. '밥 먹었어요?' 아빠도 '응' 한마디. 한글 서예, 보름달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걸로 충분했다.


Write, Share,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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