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MAR 12.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
MAR 12.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보다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문제다. 생각을 너무 안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분석 마비에 빠지는 사람들은 안타깝다. 처음부터 분석 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은 걱정스럽다. 과신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의심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생각하는 게 골치 아픈 사람들은 생각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정답만을 딱 제시해주길 원하지만, 사실 정답이라는 건 다른 사람이 알려줘도 쉽사리 믿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골치 아픈 사람이 생각하는 걱정과 두려움을 한 번에 해결해 주길 바라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야 하는 법.
스타벅스에서 나온 키링 텀블러를 사고 싶었다. 다른 곳에 다녀오느라 스타벅스 들릴 수 없었다. 1차 판매 시기에 금방 매진된 굿즈라 이번에도 놓쳤구나 싶었다. 포기했다. 딸기 라떼를 한 잔 마실까 해서 들렀다. 계산대에 키링 2개가 걸려 있었다. 아직 판매중이다. 신제품 메뉴와 함께 구입해야 했다. 슈크림 딸기 라떼와 슈폼 딸기 라떼 중에서 슈크림 딸기 라떼를 선택했다. 미니 텀블러 키링은 아이보리를 선택했다. 생각해보니 슈크림은 안 먹고 버릴 것 같았다. 얼른 슈폼 딸기 라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음료 기다리는 동안 보니 이번에는 키링이 때 탈 것 같다. 블랙으로 바꿨다. 배우자가 옆에서 둘 다 사라고 부추긴다. 보통 굿즈 모으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전부 사는 거라면서. 실용성 따지지 않는다고. 매니아들은 굿즈나 신제품 살 때는 3개를 산다. 하나는 직접 사용할 것, 하나는 기념으로 남겨둘 것, 또 다른 하나는 가치가 올랐을 때 판매할 것이었다. 남편이 둘 다 사라는 말에 잠깐 흔들리다가, 굳이 16,000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생각했다. 안 사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린다. 너무 많은 고려 하는 것 보다는 하나만 사서 편하게 쓰는 거다.
대학원 연구실 단체방에 부고 메시지가 하나 공유되었다. 후배의 부친상이었다. 오늘 새벽에 아버지가 소천하셨다는 소식이다. 채팅방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이 있었다. 연구실 가장 높은 선배가 내일 오후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일 갈지 오늘 갈 지 고민을 하다가 오늘 저녁에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후배에게 간다는 말도 안하고, 채팅방에도 고지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다녀왔다. 오는 길에 먼저 다녀왔다고 채팅방에 남겼더니, 동기가 전화를 걸어 왔다. 부의금을 대신 내주었으면 했는데, 이미 나와버려서 미안하게 되었다. 내일 가려고 했는데, 감기 걸린 걸 잊어버렸다면서. 선배에게 대신 부탁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 가서 선배들과 후배를 겸사해서 보려다가, 후배의 슬픔을 먼저 보듬어 주고 싶어서 미리 다녀오게 됐다. 주변 사람들 만나는 것보다 후배를 만나러 가는 게 본질이라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었다. 되돌아 오면서 내일 오후 1시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 연구실 사람들을 보니 너무 생각을 많이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후배는 여자 형제들이 세 명이 있다. 딸 넷 가족이다. 이전에는 후배 동생들 이름을 다 알고 지냈는데, 오랜 만에 갔더니 이름이 헷갈렸다. 둘째가 결혼 했었는지도 까먹고 있었다. 조문 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오늘 가서 어떻게 행동할 지, 무슨 이야기 할 지 생각했다. 저녁이 되면 조문객이 늘어난다. 자리 차지 후배를 내가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가 먼저 나왔다. 아버지는 간암 말기환자였다고 한다. 장지를 가족묘로 쓰려다가, 엄마가 친척들과 관계가 서먹한 상태여서 일부러 파주로 장지를 정했다고 했다. 설 연휴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실 걸 대비해서 어디에 모실지도 미리 다녀왔었다고 했다.
불편하거나, 귀찮거나, 걱정되거나, 두려운 상황은 그저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딱 마주해서 분석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골치 아프다는 건 그 뒤에 벌어질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지거나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 생긴다. 언제나 100% 정답만을 선택할 수 없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나온다. 시스템 1은 무지성으로 바로 선택하는 생각이고, 시스템 2는 다양한 케이스를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루틴적 습관이 시스템 1에 해당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거나 복잡하거나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서는 시스템2 측면에서 몇 가지는 따져보는 생각이 필요하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 적어도 세 번 이상 '왜'라고 물어볼 수 있다. 골치 아픈 문제라도 한 단계씩 들어가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패러다임 전환 전략을 활용해서 그 속에 숨겨진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다면 체계적인 결론으로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분명히 다른 좋은 답이 있다고 믿고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