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한다 커피 사 먹어라

679『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MAR 11 배울 점 있는 사람

by 와이작가 이윤정

MAR 11.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지닌 세 가지 특성을 잘 알아채자.

째,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가

둘째, 제자를 많이 모으려고만 하지 않고 스승도 많이 만들려고 하는가

셋째, 자신이 옳다고 우기지 않고 틀렸다고 인정하는가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수요일 아침 11시 47분, 온라인 줌으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자동으로 지문해제 된다. 카톡 알람이 있다. 아빠였다. e카드 2만원 교환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이다.

수요일 오전마다 여든 넷 아빠는 노량진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받고 있다. 수업시간에 보내셨다는 걸 이젠 안다. 벌써 세 번째이상 수업 들은 과정이다. 프로그램 과정 중에 강사님이 카카오톡으로 선물 보내기 수업을 할 때 마다 커피 쿠폰이 날라온다. 아빠가 수업중에 보내셨다는 걸 깨달으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빠에게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반응했다. '해피데이 되세요.' 나중에 자세히 보니 아빠가 선물 메세지에 글자가 적혀 있다.


"연습한다 커피 사 먹어라."

선물을 확인하고 스타벅스 어플에 등록했다. 커피 마시면 아빠에게 인증샷 보내드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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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스마트폰 교육을 3년 째 듣고 계신다. 오늘은 강사님께도 커피 쿠폰을 보내셨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강사는 어르신들께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교육한다. 대신 가격이 부담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보내거나 가족들에게 보내거나, 나에게 보내기 기능에서 선물하고, 다시 얼른 취소하라고 교육한다. 대부분 그렇게 취소까지 하는데, 아빠는 딸들과 조카들에게 커피 쿠폰을 골고루 보내신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카페 라떼 한 잔씩 보내다가, 다음에는 아메리카노 두 잔과 케이크 세트 쿠폰을 보내셨었다. 요즘은 상품권으로 쿨하게 보내준다. 연습을 겸해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진짜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다.


엄마가 살아계실 땐, 주로 선물이나 용돈 주는 건 엄마 담당이었다. 아빠는 무뚝뚝하고, 내향형인줄 알았다. 엄마를 통해서만 아빠의 감정을 전해 들었다. 실제 아빠의 속마음이 어떤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아빠가 복지회관과 주민 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완전히 바꼈다. 아빠는 나이는 많지만, 어린 아이처럼 배움에 진심이었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셨다. 나이 든 아빠를 관찰해본 결과 특성을 알게 되었다.


첫째,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을 즐긴다.


주민센터 서예반에도 다니신다. 한글 서예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 네 다섯분과 티 타임을 갖는다. 아빠는 청일점이다. 문인화 수업에서는 30분 연습하고 한 시간은 돌아다니면서 구경한다. 아빠는 문인화를 다녔지만, 그림에는 소질이 없다고 하셨다. 실력도 잘 늘지 않고, 뭐가 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매주 놓치지 않고 참여한다. 실력 향상을 위해 다니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과 만나 담소나누는 걸 좋아하셨다.


둘째, 꼰대처럼 이기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기분을 맞춰 준다. 아빠는 바둑과 장기에 취미가 있다. 형부는 장기판을 사와서 아빠와 겨루곤 했다. 토요일마다 교회 청소하러 가서도 장기를 두신다고 한다. 아빠 실력이 더 수준급이다. 아빠는 이길 수 있어도 때로는 져주는 게임을 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면서 눈치를 살핀다. 즐기신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상대방이 이기게도 만든다. 봐주면 기분 나빠하니 적당히 져주신다. 즉, 아빠는 게임의 승률을 아빠 나름대로 조정한다. 상대측이 장기 두는 걸 재밌어 하게끔 말이다. 그러니 매번 아빠에게 장기 두자고 하신다고.


셋째,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혀도, 상대를 탓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에서 홍콩 ELS 계좌를 추천했었다. VIP 고객이었다. 아빠는 은행 직원이 추천해 준 상품이라 믿고 투자했다. 계좌는 반토막이 났다. 다행히 일부 보상받긴 했지만, 손해 났다고 은행가서 따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을 뿐. 당장 계좌를 해지시켰고, 환급금 신청해 드렸다. 돌려 받은 돈은 미국 주식 계좌를 만들어 ETF를 사드렸다. 지금은 홍콩 ELS로 손실난 금액 이상 투자로 벌게 해드렸다. 초창기에는 사실 내가 대신 투자해 드린 계좌도 처음엔 손실이었다. 손해보고 판 국내 주식들도 있다. 괜히 주식을 사게 했나 싶었다. 아빠는 주식 계좌 보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키움 증권에서 마이 자산을 누르면 총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체크도 가끔 하셨다. 몇 개 계좌가 손실이 났어도 신경 쓰지는 않으셨다. 전체 자산을 보면서 총액만 이야기 하셨다.


요즘 아흔을 앞둔 여든 넷 아빠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들으면 그냥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스레드에 오늘 이야기를 공유했더니 공감이 200개나 달렸다. 나도 멋진 아빠처럼 나이 들고 싶다. 힘 난다. 나와 배우자를 움직이게 만들어 주신다. 아빠의 세 가지 특성대로 행동하며 살아간다면, 최고의 하루를 매일 살아가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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