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1.『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MAR.13 책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
MAR 13. 책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통을 전가하지 않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저녁에 순두부를 먹을 예정이었다. 돌솥밥 순두부 식당이라 솥밥을 미리 예약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집에서 출발할 때 항상 전화를 하고 방문한다. 약 15분 정도 걸려 도착하면 곧바로 돌솥밥과 순두부찌개가 나온다. 갓 지은 밥을 공기에 덜어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두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솥밥과 김구이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할 정도로 솥밥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었다. 분명 이전에 전화한 기록이 있는 번호가 맞았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했다. 없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식당 앞으로 돌아가 보자고 한다. 식당 앞을 지나면서 식당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했다. 불이 꺼져있다. 돌솥밥 순두부 가게 자리에 인테리어 공사중이다. 리모델링 하는 건가? 남편이 당근에서 검색해 본다.식당 주인의 딸이 댓글이 있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폐업이 맞단다.
순간 나와 배우자 입에서 "아이고, 흐음... 어떡해."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상실감이 몰려왔다. 공허했다. 안 그래도 식당 아주머니가 음식을 내놓을 때 힘들어하는 표정이긴 했었다. 손님이 없던 것도 아니고, 점심마다 만석이었던 곳인데. 약 20년 동안 다니던 순두부 식당.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리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다. 돌솥밥과 순두부면 한끼 든든하고 편안하게 먹었던 곳인데 사라지다니. 운전하고 집으로 오는 동안 계속 "아이고. 흐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점점 편안하게 집밥처럼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이 하나둘 사라지는 추세다.
명일동 닭갈비 집이 떠올랐다. 사장님 내외분이 함께 장사한다. 2인분 주문하면 손님은 손 까딱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닭갈비를 볶아 주신다. 다 됐다는 말에 우리는 젓가락질만 하면 된다. 밥 볶을 때도 마지막에 누룽지를 돌돌 말아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 주는 아트를 보여준다. 배가 불러도 여기선 볶음밥을 주문하는 이유다. 배우자와 종종 "여기 식당도 조만간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있을 때 자주 방문하기로 했다.
오금동 소머리 국밥집에는 할머니가 요리를 한다. 할아버지도 가게를 지키시지만, 몸이 좀 불편해 보였다. 아들이 가끔 식당을 도우러 오긴 하지만, 할머니가 그만두면 가게가 유지될지 모르겠다. 콩국수와 군만두가 맛있는 식당은 50대 중반 부부가 운영하신다. 저녁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점심 한 끼만 음식을 내놓는다. 면 뽑는 모습, 만두 빚으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얼마나 더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라멘집, 칼국수집은 늘어나는데, 밑반찬까지 정성 들이는 한식당은 줄어간다. 간편한 메뉴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한식집에는 기본 밑반찬이 깔려야 하니, 메인 요리 외에도 손이 갈 게 많다. 20년 맛집, 30년 맛집 하는 식당 주인들이 가게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 신고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힘이 많이 든다는 걸 알기에, 자식에게까지 힘든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거다. 고통을 전가하지 않는 것. 애덤 그랜트가 말한 책임의 원칙을 식당 주인들도 알았던 걸까? 가게 주인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배우자는 서울 상경 후에 식당 맞은 편 기숙사에서 30대를 초반을 보냈다. 식당이 사라진 걸 보니 뭔가 추억도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는 늘 내일도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오늘 하루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과, 집밥 같은 음식을 내어 주시는 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기술이 발전해 힘든 일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다가오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맛있는 음식은 예전 같지 않겠지. 식재료도, 조리사도, 그 손맛도 이전으로 되돌리진 못하지 않을까?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들리기 전에, 마음껏 먹어 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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