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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Jun 08. 2024

생각보다 어렵고 힘드네요.

거인의 생각법 39 - 고통을 지렛대로 삼기

자기 계발 투자 하다가 번아웃 오는 사람 많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요. 자기 계발, 투자 공부 하면 바로 부자 되고 끝나는 줄 믿었습니다.

 

8년 전입니다. 직장 10년 차 선임 연구원이었습니다. 직장 10년 차에 포닥 기회를 얻어 미국에 1년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죠. 부담 없이 편하게 연구하고, 주말엔 여행도 다니면서 혼자 잘 지내고 왔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돌아오니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사람들과 교류도 멀어지고, 업무 분장으로 트러블도 생기면서, 직장 생활에서 활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번아웃이 온 건지, 회사 출근도 하기 싫을 정도였죠. 입맛도 없고 집에 와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자기 계발, 재테크 독서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활력을 찾게 됐죠. 직장과 나에 대한 과제 분리부터 시작했습니다. 직장은 직장, 나는 나! 기준이 딱 세워지니 원칙도 생깁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일만, 집에 와서는 저와 가족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지요. 약 3년 동안 잠을 줄이면서 공부했습니다. 마흔 이후에 공부했던 그 3년은 제가 학창 시절에 공부하던 것 이상의 열정을 쏟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야간 자율학습을 한 번도 하지 못할 정도의 체력이었는데, 직장 다니면서 새벽 5시에 기상하고, 밤 12시까지 공부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3년 열심히 하다 보니 슬슬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던 동료들이  한 두 명 사라지기 시작했죠. 점점 낯선 사람들로 채워지니 계속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듯했습니다.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가도 읽고 싶은 책이 없었습니다. 다 비슷한 책 같아 보였죠. 마침 자기 계발서 그만 읽으라는 책까지 읽어서 인지, 자기 계발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죠. 서점 가는 일도 줄었던 것 같아요.


참여하고 있는 채팅방에 어떤 한 분이 이런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앞에 내용은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문장만으로도 '번아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끊임없이 돈흐름을 공부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드네요. 언제쯤 통달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번아웃이 와요ㅠ"


웬만하면 댓글 달지 않고 지켜보는 편인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습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오지랖을 피우고 말았네요.


"O님이 너무 열심히 공부하셔서 그런가 봅니다. 자기 계발 투자 3년 차 정도면 번아웃 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빠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세상에 통달한 사람 얼마나 될까요? 통달하겠다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평생 공부한다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더라고요. 번아웃 올 땐 인문학 책 추천 드립니다. 전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읽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마음 평온해집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온 타이탄들이 주로 읽는 책, 헤르만헤세 <싯다르타>도 권해 드려요. 잠시 멈춰 인문학, 고전으로 내 마음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언제 행복한지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꾸준히 쉬면서, 꾸준히 시도하고, 꾸준히 독서해 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이런 답변들을 다른 분들도 남겨 주셨습니다.


"투자 공부는 꾸준히 밥 먹는 것처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통하던 방법이 점점 안 통하니깐요. 전통 가치투자로 전성기를 누리던 ****운용이 최근 좀 살아났긴 했지만 어려움에 빠진 게 한 스타일만 가져가면 쉽지 않다는 것이죠"

"숨쉬듯이 하래요."

"수익으로 금융치료 한번 받으시면 번아웃 없어질듯"

"투자란게 숏텀 투자자가 아니라면 공부한 양에비해 생각보다 액션이 적은 매우 지루한 노동이라서 어느정도 공부가 끝난 이후에는 번아웃보다는 오히려 투자공부만 하는게 심심할거에요"

"투자는 원래 세수하듯 양치하듯 하는거죠 ㅎㅎ 그냥 하는 겁니다."



자기 계발서 안 읽고 멈췄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기 계발서와 경제경영서만 읽다 보니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었나 봅니다. 칼 필레머의 책을 읽었고,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도  인기 순위에 있어서 읽어보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도 <책들의 부엌> 등 책 관련 소설을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달 지나고 나니, 갑자기 너무 나태해진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서모임에서 조민 작가의 <내일의 가능성>이라는 에세이를 함께 읽었습니다. 책에 '안티 게으름쟁이'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네, 저도 안티게으름 쟁이였습니다.  그래서 쉬고만 있으니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던 거예요. 다시 자기 계발서를 집어 들었고, 재테크 책에서 인문학, 소설 분야로 독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요? 책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다 읽고 싶은 데 읽을 시간이 없고요. 그 이후로 5년이 지났지만 이젠 번아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꾸준히 쉬고 있거든요. 꾸준히 읽고 있거든요. 꾸준히 적용하고 나누고 있거든요. 활력 넘치는 삶으로 바뀌고 나니 독서와 글쓰기에 번아웃이 없습니다. 써서 나눠야 할 콘텐츠가 많지만, 어깨가 아프고, 시간이 부족해서 포스팅을 못하고 있네요.



지칠 때는 다른 영역으로 살짝 넘어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있는 삶을 찾아보는 게 도움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원래 본질을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하나에 집중하되, 딴생각하며 머리를 식힐 있는 취미 두 개 정도 만들어 두면 어떨까 합니다.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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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ywritingcoach/22347017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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