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관계의 온도

거인의 생각법 156 - 감정의 강도를 조절하는 변형 어휘

by 와이작가 이윤정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면 종종 다른 사람 험담하는 이야기들이 오고 갈 때가 있습니다. 욕을 하면서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죠. 듣고만 있는 자리인데도 불편한 마음이 생깁니다. 빨리 모임이 끝나거나, 다른 주제로 화두가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죠. 괜히 저도 화가나는 것 같거든요. 뭔가 즐거움을 기대하고 만났는데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니까 점점 서먹해집니다. 토니 로빈스는 이런 경우에 화가 난다고 말하는 대신, 약이 오른다는 표현으로 순화시키면, 정서적, 신체적 변화가 모두 약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직장에 취업하면서 부터 경어체를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직장 후배에게도 경어체를 쓰고, 선배에게도 경어체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높임말이 들어가니, 일단 말이 순화됩니다. 화가나도 경어체를 써서 전달해야 하니까요.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어 담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탁해야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경우라면,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글로 적어봅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죠. 그러면 말이 좀 더 순화되거나, 예쁜 말로 전달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파티룸을 대여한 적 있었습니다.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예약시스템 없이 톡으로 예약을 하고, 이용을 했었어요. 그리고 정산을 하려고 했더니,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2시간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오늘 비용을 물어봤어요. 파티룸 주인도 함께 공간을 이용하셔서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이용할 예정이라 빚을 지면 다음에 다시 부탁하기가 곤란스러워질 것 같았죠. 그래서 다음에도 이용하려면 비용을 받으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야 저도 당당하게 다음에도 또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비용 청구를 해주셨고, 입금을 했습니다. 예쁜 공간 임대해 주셔서 잘 활용했다고 고맙다고 인사드리며 마무리 되었죠.


한국인이 외국여행에서 식당을 찾아갔다가 음식 맛과 서비스가 별로일 때 구글 지도에 평가를 나쁘게 남기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외국인이니 한국어를 모를테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해석해야 하는데요. 한국인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야민정음 (국내 야구 갤러리 + 훈민정음의 혼성어)를 신조어로 사용해서 후기를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민 정음이란 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밈입니다. 예를 들면 '댕댕이(멍멍이)' '띵작(명작' 같은 어휘죠. 최근에는 이 어휘들을 추론해 번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외국 가게 주인이 이 글을 해석해서 악플이면 후기를 삭제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의 말과 행동이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겠죠? 일상 속에서 조금씩 고쳐나가면 따뜻한 말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뜻함과 이해를 전달하는 어휘의 품격을 지킨다면, 당신의 마음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한층 더 깊어집니다. 삶 속에서 말의 온도는 몇 도를 유지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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