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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소리내서 웃어요.

거인의 생각법 164 - 웃음을 주는 단어 찾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혹시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요? 저는 기분 나쁜 일이라기보다는 속상한 일이 생겼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배우자가 목이 아프다며, 아침을 굶겠다고 해요. 열난다고. 손을 이마에 대보니 제 손보다 뜨겁네요. 일주일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오늘 오전만 지나면 끝이 날 예정이었어요. 오후에는 맘껏 쉬어볼까 생각했는데, 배우자가 아프니 쉬는 게 어려워 보이네요. 속상하다고 말했어요. 배우자가 혼자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네요. 낮에는 집에 있다가, 배우자가 자는 동안 5시에 나가서 교보문고에 슬쩍 다녀왔습니다.


화가 나면, '아, 짜증 나, 속상해'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많이 표현하진 않지만, 배우자에겐 표현을 합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배우자에게 풀어내곤 합니다. 그러면 배우자가 더 속상해해요. 제가 화를 안내서. 배우자가 원인 제공을 하는 경우엔, 저 혼자 화를 꿀꺽 삼켜버립니다. 잠을 자거나, 산책을 나갑니다. 말할 곳이 없거든요. 가족에게 말하면 상대방이 걱정하고, 동료들에게 말하면 누워서 침 뱉기잖아요. 그저 며칠간 냉전의 시간을 가지다가 은근슬쩍 풀어지기도 해요.


화가 난다고 말하는 대신, '약간 언짢아, 좀 심술 나', 속상할 땐, '아쉬워, 좀 섭섭해, 씁쓸해', 기분이 나쁠 땐 ' 좀 찝찝해, 거슬려', 화났을 땐 '답답해', 짜증 날 땐 '귀찮아, 불편해', 억울할 땐 '서운해'라고 단어를 조금만 바꿔도 기분이 더 나빠지는 건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욕을 얻어먹을 때는 있었지만, 제 입에서 욕이 나간 일은 없었어요. 기분 나쁜 일 생기면 잠잠히 있거나 잠깐 속상해하다가 잠을 자는 편이고요. 자고 나면 감정이 조금 사그라드는 편이에요. 그리고 신의 선물인 '망각'이 저의 장점인지라 다행히도 잘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말은 한 번 내뱉으면 퇴고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글은 다르지요. 한 번 쓰고 나서 퇴고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썼다가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마음껏 일단 글을 쓰는 겁니다. 그다음에 글이 꽤 마음에 들면 공개하면 되거든요.


책을 출간하거나 글을 발행하다 보면, 리뷰나 후기,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나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두려움을 방지하고 웃을 수 있는 세 가지 팁을 소개할게요.


하나, SNS에 글 쓸 때, <마음장애인은 아닙니다>를 쓴 이진행 작가가 알려 준 팁이에요. 글을 다 쓴 다음에 "본 포스팅은 글쓰기 연습 중입니다"라고 쓰는 거예요. 연습 중인데 틀릴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요. 안심하고 쓰세요. 오타가 있다거나 안 좋은 댓글이 달려도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연습 중인데 뭐 어때? 하하' 소리 내서 웃고 넘겨요.


둘, 쿨하게 넘기는 방법입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거든요. 당신이 글을 쓰지 않아도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 당신이 글을 써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 당신이 글을 쓰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은대 대대표님이 설명해 주신 적이 있어요. 누구와 함께 하고 있나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오직 그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쓰면 충분해요. '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인데 뭐. 하하' 활짝 웃고 넘길 수 있습니다.


셋, 글을 써도 아직 엄청난 조회수가 안 나올 겁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노벨 문학상 목표로 하신 거예요? 아니잖아요. 우린 아직. 그러니 '어차피 써도 아무도 안 읽는 데 뭘. 맘대로 쓰자. ㅎㅎ' 혼자 피식 웃을 수 있겠죠? '제발, 내 글 좀 읽어주지! 하하' 피식 웃을 수도 있습니다.


보너스지만, 가장 중요한 팁을 알려 드려야겠네요. 책을 쓸 때는 감정을 쓰지 마세요. 개정판 나오기 전까지는 수정하기 어려우니까. 그 일이 일어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 쓸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화가 났다' 하지 말고 '전화를 뚝 끊었다'라고 하거나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툭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라고 상황이나 말투, 몸짓을 표현하면서 사실을 적는 게 좋아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아파할 것 같다면, 퇴고할 때 과감하게 빼버릴 예정이에요. 소설을 쓰면 좀 피해 갈 수 있겠죠. 실존 인물이 해당 글을 읽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요. 개정판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지만요. 하하.


모닝 페이지처럼 형식 없는 글도 좋으니, 화가 날 땐 자신의 입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셔요. 화가 나는 말을 하는 순간 입으로 나가지만, 귀로 내가 듣게 되잖아요. 화가 나더라도, 바보처럼 소리 내서 웃으세요. 상대방이 비웃느냐고 물어도, 너무 이 상황이 웃기다고 하세요. 그냥 맛있는 거 먹자고 하세요. 다른 말은 하지 마세요. 그게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오늘 글은 좀 웃기죠? 하하. 소리내서 웃으셔야 해요. 웃는 건 귀가 들어도 좋아요.


많이 안 읽으실 것 같아서. 그냥 마구잡이로 써봤어요. 책에 쓴다면, 그 때 퇴고할게요. 브런치 글은 주로 초고수준이라 봐주시면 되요. 읽어주시는 작가님들 덕분에 매일 씁니다.

감사해요, 늘.


Write, Share,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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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ywritingcoach/22361477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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