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3 담임의 일기
날이 많이 더워졌다. 계절이 바뀌면 지난 나날들이 더욱 길고 깊게 느껴진다. 우리는 영하의 날씨에서 시작해 한낮의 폭염을 향해 가고 있다. 1학기 1회고사 성적이 나왔다. 모두 열심히 했기에 성적이 오르는 건 소수다. 오히려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점점 아이들의 불안이 커지는 게 느껴진다. 그 불안의 시기의 한가운데에 함께 하는 건 보람차고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말 한마디에도 툭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학부모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부모의 모습은 모두 닮아있다. 그러나 사랑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그게 아이에게는 한없는 부담과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많지만 이곳에 아이들의 어디까지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다. 개인의 성적, 그들의 진로, 부모님의 성향, 상담 내용 등을 일일이 기록할 수 없다. 그건 말 그대로 너무나 개인적이기에 말할 수 없다.
다만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는 나는 ‘사랑’의 모습을 일부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다양한 향기 또는 촉감들이 사랑에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들은 조금씩 모여 사람을 키워낸다.
이 직업은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이어서 설레고 두렵다.
201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