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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Oct 16. 2020

2종 소형 면허

어느 60대의 2종 소형 면허 도전기

우리는 숫자 1을 좋아한다.

1은 모든 것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최고, 최초, 최우수, 최애 등등의 순서이다.

학교 성적에서 1등이라 함은 최고를 뜻했다.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는

소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등등의 1류 기업에 입사함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

요새야 없어졌다지만 대학 갈 때 1차에 붙어서 다니는 사람들은

2차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 대비 쓸데없는 자부감을 갖게 하고

2차 대학 다니는 사람들은 괜한 주눅에 들어 대학 때 미팅에

나가서도 기죽은 모습이기도 했다.

이븐 even 대기업의 먹이사슬 아래에서도

1차 벤더는 2차 벤더를 항상 한수 아래로 본다.

삼성은 몇 해 전에 "1등 만을 기억하는 사회"라는 카피로

기업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처음에는 호평을 얻었으나 나중에는

그럼 2등은 어쩌라고?

1등만 잘났으면 2등, 3등 이하는 다 죽으라는 거냐?

 "같이 사는 사회"라는 당시의 슬로건에 걸려서 되려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언급한 것처럼 2라는 숫자 대비 1은 높고 잘났다는 단순 우월감 때문에

그의 사달이 시작된다.

우리가 모두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면허가

1종 보통 운전면허다.

2종 보통도 있다만 일정기간 지나면 1종 보통으로 전환시켜준다.

전환 안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은

자가용 몰고 다니는데 1종 보통이나 2종 보통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서 이기도 하다.

2종 소형 면허는 모닝이나 마티즈류의 경차를 몰 수 있는 면허가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면허다.

네네치킨 배달하는 딸딸이 같은 조그마한 오토바이는 일반 자동차 면허 소지자는

별도 취득 없이 몰고 다닐 수가 있다.

그러나....

125cc 이상되는 오토바이를 몰려면

2종 소형 면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는..

내가 1종 보통 면허 소지자야...  11인승 카니발까지 몰고 고속도로 전용차선

달릴 수 있는 사람인데

2종? 2字? 게다가 소형?

우습다.

그거 1종 보통 있는 사람은 소나 개나 우습게 딸 수 있는 거 아냐?

그런 게 무슨 시험이라고...

그것도 면허야?

이리하야

2종 소형 면허에 대해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그는 평생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다.

심지어 뒷자리에도 타본일이 없다.

오토바이라는 게 주로 50cc 정도의 소형부터 시작하여

배우고 타는데 주로 촌子들이 동네의 껄렁껄렁대는 형이 모는 오토바이의

뒷자리에 타다가 용기 내어 앞자리로 옮겨서

타기 시작한다.

그렇게 배우게 되는 게 오토바이 운전이다.

자전거는 어릴 때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배우던가 아니면

형이나 아버지가 뒤에서 잡아주면 뒤뚱거리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중심을 잡고 타기 시작한다.

그동안 몇 번은 넘어지게 마련이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거니와

모래밭이나 잔디밭에서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별로 없다.

넘어지더라도 어릴 때기 때문에 금방 낫는다.

그렇게 자전거를 배워놓으면 평생 안 잊어버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어릴 때 스스로 터득된 신체 균형감이 평생을 가는 거다.

오토바이의 경우 뒤에서 잡아줄 수도 없는 데다가

속도가 있기 때문에 잡아줄 수도 없으며 나름 기계 장치라

파워가 있어 끌려가면 끌려갔지 서포트해줄 수가 없다.

자기 스스로 속도 컨트롤해서 타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게다가 배기량 250cc 정도 되는 오토바이는 무게가 180Kg 정도라

일단 스탠딩 시키기 조차 쉽지 않다.

처음에 올라타면 좌우 밸런스 유지조차 안된다.

겨우 시동을 켠 후 1단으로 시작하는데 그 1단의 속도가 처음에는

자동차 정도의 느낌처럼 엄청 빠르다.

환갑 지난 나이에 그 무게 180Kg를 지탱해야 하는

근력과 균형감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자동차야 이미 40여 년을 운전해서 몸에 충분히 녹아들어 있고

오랜 경력 덕분에 후진 주차할 때도 그저 손바닥으로 핸들을

문질러 가면서 가볍게 할 수 있을 정도로 機+體 일치가 되어있으나

새로운 기계인 오토바이는 바퀴가 두 개라 더욱더 몸에 달라붙지가

않는다.

오토바이는 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180Kg의 하중 때문에 늙은 사람들

특히 골다공증(늙으면 대부분은 골다공증이 된다만..)이

있는 사람은 무릎이나 발목이 부러지기 쉽다.

위기시에나 넘어질 때 무릎이나 발목을 빼면서 자빠져야 하는데

그건 유도의 낙법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다.

운동신경 운운할 것도 없다. 그냥 자빠지는 거다.

일단 넘어지면 웬만한 젊은 사람도 혼자서 일으켜 세우기 조차

쉽지 않다. 180Kg의 무게가 엄청나 다는 걸 느끼게 된다.

2종 소형 시험은 배기량 250cc 미라쥬라는 모델로 보게 되어있다.

자전거와 정반대다.

자전거는 그 어떤 거라도 자기가 못 일으켜 세우는 경우는 없다.

참고로 자전거는 가벼울수록 비싸지만 오토바이는

무거울수록 비싸다.

비싼 자전거는 1~2천만 도 한다고 한다.

비싼 오토바이는 억대까지 한다고 한다.

125cc 이하는 그냥 딸딸이 혹은 스쿠터라고 부른다.

250cc는 쿼터급

500cc는 미들급

1000cc는 리터(liter) 급

그 이상은 오버 리터 급이라 부른다.

남자의 로망 할리데이비슨 Harley-Davidson 은 미니멈 250cc 이상이다.

이 가을에 할리데이비슨 한번 타보자

죽기 전에 흰머리 날리면서 폼좀 잡아보자...

아무리 오토바이가 타보고 싶다고

이 나이에 할리 뒷자리에 탈 수야 없잖은가...

할리 뒷자리는  주로 팔당방면 경춘국도로 드라이브 나갈 때

젊은 여자의 전용석 아니던가.

할리 뒷자리에 탄다는 건

노인네 고려장  高麗葬 시키러 갈 때 지게 뒤에 타는 것 같은

분위기라 더욱 모양새 안 난다.


국가고시(?)는 자격증과 면허로 나뉜다.

자격증은 전기산업기사, 조리자 자격증, 요양보호사 자격증,숲 해설사 자격증 등

무수히 많은데....

면허는 의사, 한의사, 간호사, 변호사 등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다.

나름 전문직에 한해서 면허를 발급한다.

면허 중에 우리가 취득할 수 있는 건 운전면허 외에는 별로 없다.

면허와 자격증의 차이는 면허 없이 행하면 경찰이 오지만

자격증은 경찰이 와서 잡아갈 일은 별로 없다.(경우에 따라서는 위법이 되기도 한다.)

이 나이에 의사 면허? 변호사 면허? 절대 불가능이다..

2종 소형 면허 정도만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승용차에 캠핑 캬라반 붙여서 다니려면 소형 견인차 면허가 있어야 한다만...

어쨋던...

삼세번의 도전 끝에

2종 소형 면허 취득...ㅎㅎ

엄청 어려우니라...

자동차 면허는 우리가 젊었을 때

연습장에서 공식 외어가면서 하면 됐다.

선 그어놓고 이지점에서 핸들 한 바퀴 돌리고,

반클러치 밟고 발 띄면서 액셀 밟고.. 어쩌고 저쩌고....

2종 소형은 과목이 굴절, S자, 장애물, 직선 등인데

움직이는 거대 물체를 가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몹시 어렵다.

자동차야 정지상태에서 핸들을 돌려도 되긴 된다만

오토바이의 경우 정지상태는 곧 넘어짐을 의미하므로 공식이

별로 안 통한다.

시험 때 발이 땅에 닿으면 실격..

젊었을 때 오토바이 감을 잡은 상태라면 쉽다고들 한다만

맨땅에 처음부터 하려면 매우 어렵다.

자 이제 면허는 우여곡절 끝에 땄다.


이제 Harley-Davidson을 장만해야 되는데..

만만치 않다.

흰 꽁지머리 휘날리며 까만 라이방 쓰고 헬멧 벗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래 저거야 늙으면서 얼마나 멋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인생 저렇게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젊은 놈들만 타라는 법 있어?

흰 꽁지머리, 징박힌 가죽자켓, 빨간 마후라,긴 자죽장화, 두툼한

가죽장갑,검은 라이방,뒷주머니엔 체인으로 연결된 지갑.

팔뚝에는 해골 문신까지...

할리데이비슨의 고유한 배기음

크릉 크릉 차르르르르~~

심장을 뛰게 한다.

멋지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이웃집 할아버지,

옆집 아저씨나 아들이라면 멋지게 보인다만

그게 자기 남편이나 아들, 사위라면

다른 얘기가 된다.

이런 건 설득이 되는 사항이 아닌 것이다

죽으면 죽었지 오토바이는 안된다고 난리 핀다.

워낙 사고가 많고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라 어쩔 수 없다.

그 나이에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 나면 찰과상 입어

후시딘 발라서 끝나지는 않은 법이다.

최소 복합골절이다.

오토바이 사고는 10~20대 가 많이 나지 4~50대 라이더들은

사고가 잘 안 난다고 한다.

다들 안전을 생각해서 신호를 지키면서 즐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고 한번 나면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을 각오는 해야 한다.


이럴 때 여자들은 흔히 말한다.

나 죽으면 그다음에 할리를 타던 잠수함을 타던

난 모르겠다. 내 살아생전에 오토바이는 안돼!

환갑 지나서 무슨 오토바이냐?

대학 동창 중에 수채화 그리는 화백 친구 있다며?

그것처럼 좀 고상한 취미 가지면 안 되냐?

멀리 있는 딸女 까지 Facetime으로 태클을 건다.

믿었던 아들놈까지 결사반대다.

뭐.. 그 심정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난리 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깨갱.. 하고는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밖으로 나가는 외에는...

그래? 좋다... 니 죽은 담에 탈끼다..

그래서 일단 쯩부터 딴 거다.

근데..

그분이 지금의 조시 몸 컨디션과 의료의 발달로 보면 90까지는 살 거 같은데,

그다음에 내가 할리데이비슨이라...

그때는 할리 데이비슨은커녕 7번 아이언 아니라 오디세이 퍼터

들 힘도 없을게다...


용인 면허시험장의 말을 빌리면

아저씨처럼 60 넘은 사람이 2종 소형 면허 딴 건

매우 드물다고...

몇 해 전에 67세가 딴 적은 있는데 그분은

젊어서부터 오토바이를 타던 거라 균형감과 기계 감이 있었다고...

타던 사람이 계속 타는 건 말이 되는데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이 그 나이에 그저 폼 잡느라고 탄다는 건

말이 안 된단다. 대단하시단다.

2종 소형 면허장에서

참으로  살면서 오랜만에 칭찬도 다 들었다.

나보고 배달의 민족 피자 배달할거나고 묻길래

뭐 기회가 되면 할리데이비슨 타고 원할머니 보쌈 딜리버리

할거라고 답해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웃기는 소리다.

나이는 나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건

마케팅이나 다단계업자의 판매 슬로건이요 일종의 수사,레토릭,메타포 다.

이런데 현혹되면 쓸데없는 건강기구 구입한다.

난 원래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 거 잘해...

불쉣!

운동신경도 젊었을 때 얘기지 환갑 지나서는

몸의 중심잡기도 힘들다.

까치발로 30초 서있는 테스트도 통과하기 어렵다.

지는 아니라고 해도 몸이 제 의지대로 안 움직여진다.

우리 주위에 60 넘어서도 골프 안치는 분 생각해보자...

그분을 지금 골프에 입문시켜봐라.

열심히 쳐서 100개 깰 수 있을까?

백파 百破 확률 5% 이내 아닐까?


회사의 경영계획을 짜거나 운용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다만

매년 4/4분기가 되면 연말까지의 예상 매출/손익이

눈에 보인다.

갑자기 4/4분기에 뭐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1~9월까지의 실적 대비해보면 연말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살아온 60년의 탄력과 관성 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는 거다.

새롭게 뭘 배워서 뭘 익혀서 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물론 내재된 소질이 뒤늦게 계발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만

그건 전체의 5% 이내라고 봐야 한다.

은퇴 후 색소폰 입문한 분도 많다.

미안한 얘기지만 서너 달 동안 삑 소리 내가면서

배워도 그저 소양강 처녀, 갈대의 순정 등

외워서 3~4곡 연주하면 끽이다.

어렸을 때는 소질이 없더라도 부단한 연습과 음악의 감 흡수로

가능하다만 늙어서는 불가능이다.

절대음감이 없는 사람은 안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어떤 사람은 몸속 어딘가에,  담낭 뒤쪽 깊숙이 숨어있어서 이제까지

못 찾았던 소질을 찾은 경우는 가능하다.

이렇듯 가족의 악을 쓰는 반대와 주위의 만류로

올가을 Harley-Davidson Project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승에선 글렀다.

다음 생을 노려보자...

(물론 아직도 설득과 숨어서 타는 방법을 강구중이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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