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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Sep 28. 2020

마카오 페리 터미널

그렇게 저렇게 해서 여수 밤바다의 슬픈 노래는 끝나고

몇 달 뒤 창원의 정구지들에게 돌아왔다.

자재 파악과 현장 경험이라는 갑옷을 입고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여전히 보일러 설계실은 일이 없다.

일이 없다 보니 죽어라 제도 연습만 한다.

트레이싱紙에 온갖 플로우 다이아그램 그려가면서

오제티 받는 거다.

그러다가.. 

그 당시에는 철구 사업부/철구 설계실이 있었는데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삼성중공업 같은 대기업에서

건물 철구조물 설계, 제작하는 게 말이 안 되었지만

나름 당시에는 중요한 매출 거리였다.

철구 설계에서 하는 프로젝트 중에

마카오 페리 터미널 철구조물 제작이 있었는데

그 당시 철구 설계는 오버로드가 걸려서 설계할 인력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보일러 설계는 놀고 있고  철구 설계는 코피 터지고...

창원 공장장의 입장에서는 로드 밸런스도 봐야 하고

보일러 설계실 가동률도 봐야 하는바

노는 보일러 설계에서 철구의 설계 물량을 받아다가

소화하는 일을 하라는 거다.

당시 보일러 설계의 간부들은 이를 물리칠 명분이 없어서

그대로 하기로 한다.

마카오 페리 터미널은 홍콩에 있는 건물이다.

홍콩-마카오를 오가는 페리 터미널, 즉 여객선 도착/출발하는 곳이다.

건물 건설은 일본의 다이세이 大成 건설이 한 것 같고

건물의 메인 프레임 스트럭쳐는 NKK 일본강관 日本鋼管 니뽄고칸 일하는데서

수주해서 한국의 삼성중공업에 트러스트 구조물 제작을 하청 시킨 거다.

철구 제작이라는 게 그렇듯이 기본 설계하는 곳에서 큰 와꾸를 설계하면

그걸 가지고 공장에서 철구조물을 제작하기 위한 제작도면 shop 드로잉이 있어야 한다.

제작을 위한 디테일 도면이 필요한 거다.

이를 만드는 일에 투입이 된 거다.

내가 하는 일은 건물 10층의 비상계단 철구조물 상세 드로잉/샾 제작도면이다.

그야말로 부산 기계공고 막 나온 얼나들이 반나절이면 다 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일을 대졸사원들이 하는 거였다.

이를 통해 마카오 페리 터미널이 완성된 거다.

훗날 북경에서 근무할 때인데,  홍콩에도 사무실이 있어 한 달에 1~2번은 출장을 다녀야 했다.

홍콩에도 직원이 150명 정도 있었으니까 꽤 많은 인력의 오피스였다.

하루는 현지 직원들과 마카오에 출장 가려고 그 마카오 페리 터미널에 갔었다.

거기서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가야 한다.

직원들에게 

내가 이 건물을 설계했노라고 후까시 넣어서 얘기했더니

다들 놀란다.

홍콩 명물 중의 하나인 이 건물을 진짜 설계했냐고?

그럼~

내가 설계한 건물이지...

원래 존경하던 대표에게 경외심이 더해진다...

설계했다고 할 수도 있고 안 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게 그런 거다.

고리원자력 발전소 메인빌딩 앞에 서있는 국기게양대 제작 설치한

마찌꼬바 사장이 자기가 고리원자력발전소 건설했노라고 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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