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다...
우리 정도의 나이에 부모상이나 장인, 장모상은 흔한 일은 아니다.
우리 나이가 있어 그렇다만 그런喪은 대상자가 적어도 80대 후반에서 90대는 족히 된다.
부모, 장인 장모를 보내는 일이 아쉽지 않을 일은 아니다만 그 연세에 보내는 것이
그리 안타까울 일도 아니다.
그런 상가는 솔직히 슬픔은 크게 없다.
어찌 보면 풍악만 없지 흡사 잔칫날과 비슷하다.
그 정도 연세라면 편안히 건강히 사시다가 잠자는 듯 돌아가시기가 쉽지 않다.
치매를 10여 년 앓았던가, 코마 상태로 10여 년 침상에서 호스 몇 개 꼽고
계시다가 가시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는 오랜 기간 병수발에 자식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고생 끝에
편안히 가시게 되어 가시는 분이나 보내는 분이나
다들 홀가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래 한편으로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 오래 사시고 가시는 거다.
한편으로는 더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리 고생하시면서 사시느니 편안해 지시는 것도 행복이려니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문상 갈 일이 전에 비하면 굉장히 줄었다.
다들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하던가 아니면 부고도 안 알리고 조용히
치르는 경우도 많아서 문상 갈 일이 엄청 줄었다.
전에는 삼성병원 장례식장에 한 달에 서너 번은 족히 갈 일이 있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단골 식당, 맛집이라도 한 달에 서너 번 찾아갈 일은 없다만
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주는 육개장은 어쩔 수 없는 나의 단골 음식이 된 적이 있었다.
나의 경우는 어머님이 95세, 장인 91세, 장모 88세
모두 건강히 잘 계신다.
모친이야 정신은 말짱하신데 피지컬이 이제 잘 안되어
요양원에 계신다.
본인용으로 경기도에서 나오는 재난기금 10만 원 챙겼냐고 전화할
정도의 멘탈 보유자 시다.
장인, 장모는 두 분이 건강히 독립생활을 하고 계신다.
91세의 장인은 매일 카톡으로 좋은 글귀를 퍼 나르신다.
치매도 코마도 없는 건강한 삶이다.
그렇게 지내시면야 100세 가 된들 뭔 걱정이 있으랴...
부친이야 대학 때 돌아가셨지만...
그 후로 40여 년간 喪 을 치를 일 없이 살아왔다.
福이다.
부, 모, 장인, 장모, 아들 , 딸을 가진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6명이 관리 대상이다.
보내야 할분들 보내고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서 독립시키는 게
우리의 남은 과제다.
빠른 친구들은 자식들 모두 출가시켜서 흔히들
完販 sold out이라고 하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요즘은 세태가 그런지라 출가시키고 나서도 주위에 하도
이혼이 많아서 그런가 최소한 5년간의 warranty 기간은 필요로 한단다.
진정한 완판은 결혼식 5년 후라고 한다.
최근에 아들, 딸 출가시키고 완판이라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다.
부모, 장인 장모는 훨씬 전에 다 돌아가시고
자기에게 남은 큰일은 없노라고....
(이제 남은 건 자기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딸이 36, 아들 33인데 아직 출가 전이다.
완판은커녕 아직 영업 sales 중이요 마수걸이도 못했다.
관리대상 중 5/6 가 남아있는 상태다.
0/6 인 친구도 있고 많아야 1~2 /6 정도가 대부분이다.
(아주 드물게 배우자를 먼저 보내 -1/6인 경우도 있다.)
주위에 부모, 장인 장모가 계신 경우도 있긴 있다만
이 나이에 자식을 하나도 여의지 않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게 福이라면 福이고 禍라면 禍다.
[여의다]라는 단어는 부모를 보내드릴 때,
딸을 시집보낼 때 쓰는 단어다.
아들의 경우는 보내는 게 아니라 집에 며느리를 들이는 거라
[여의다]라는 단어를 사용치 않는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