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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記

 -신앙이란-

by 사객 Mar 20.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푸른 바다의 일렁이는 물결이

마치 정지된 사진처럼

섬세히 짜여진 직물織物의 무늬로


그 숭고한 정적을 가차없이 잘라내는

인간의 잔혹한 물살이

자유의 의지적 발현이자,

위대한 주체主體의 역동적 발걸음으로


더없는 평온 속에서

그 모든 것을 관조하는

지금 나의 이 실존實存이

지극한 기적으로


바다와 인간, 그리고 하늘의 나

자연과 자유, 그리고 실존

주어진 그 모든 것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내가 잠시 머무르는 하늘보다

내 실존이 내던지는 시선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그 모든 낮은 것을 밝게 비추는

이 거룩하고 따스한 햇빛은


허무 아닌 사랑이요

무의미 아닌 의미 그 자체임을

그저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믿는 것이다.



2025년 3월 11일

제주에서 ‘시작詩作을 시작始作’ 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혼자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매번 명료한 철학책만 읽던 저는 요즘 시의 오묘한 매력에 푹 빠져 ‘언젠가 시를 써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주행인 만큼)저공비행하는 기체의 창가자리에 앉아 창밖의 바다를 보며 불현듯 영감이 떠올라 메모장에 마구 시상을 풀어냈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참 좋아합니다만 시를 써보니 제가 짓는 집은 너무나 협소하고 누추함을 깨닫네요. (참고로 하이데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후기 하이데거) 언젠가 제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에게 언어라는 멋진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위는 제 첫 습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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