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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이크 여행기
바람을 가르는 것이
사내의 숙명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불문지행이라
오늘 광활한 도로에서
이 코랄색 베스파와 함께
젊음의 찬가를 목놓아 부르며
거센 해풍에 맞서리
자유롭다
이 길의 시작에서
빠른 속도의 전능감
삶의 무게를 내던지고 질주하는
한없는 자유의 쾌감에
오아시스를 듣는다.
불안하다
이 길 위에서
굴곡진 지면의 촉감
타인의 침투를 무력히 받아들이는
내 자유의 취약함에
매순간 죽음과 마주하는
나약한 육체의 무력감에
이글스를 듣는다
고독하다
이 길의 끝에서
길 위에 홀로 선 자의 허무감
치열하게 달려온 속도의 궤적이
무심히 흐르는 시간 앞에 덧없음에
목적지를 향하지 못한 이의 무력감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손쉽게 합리화 됨에
그 차디찬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관념이 향한 곳이
어딘지도 모를 나의 따스한 집임에
그 어떤 노래도 듣지 못한다
그리고 나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바람을 가르는 것은
그 모든 허무를 생의 역동으로 잘라내는 것
주체의 무의미한 궤적과 속도로 그 모든
자유와
불안과
고독을
음미하는 것
잘라냄은 곧 생성이요
생성은 곧 젊음이니
청춘이여 달리고 또 달려라!
걸음으로, 사유로, 의지로, 힘으로
지독한 세상과 지난한 시간을 가로질러라!
고고한 이에게만 내려지는 선물인
그 한없이 뜨거운 고독을 차갑게 갈라라!
길 위에 남은 것은 지친 몸과
열 오른 바이크와
못써먹을 지도 뿐
아니, 오로지 나 하나 뿐.
3월 13일 목요일,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이전부터 눈여겨보던 모델인 베스파를 전문으로 렌트해주는 집을 찾아 초보자 교육도 받고 예쁜 모델 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크 하나로 낭만 넘치는 하루를 보냈네요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타다 사고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자동차 운전도 준수하게 하는 저임에도 많이 긴장이 되더군요. 그런데 그 긴장감이 또 바이크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의미있는 4월을 맞이하기 위해 4.3기억관에도 들렀습니다. 우리 모두는 역사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함을 또다시 느낍니다.
해변에서 좋은 분들 만나서 사진도 부탁하고, 좋아하는 노래들도 맘껏 듣고, 발전한 내비 기술 덕에 길도 한번 잃지 않고 안전하게 잘 타다 왔습니다
마지막 날의 선물은 바람을 마음껏 가로지르며 느낀 커다란 해방감이네요! 물론 산악 후유증도 가시지 않은지라 너무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지만요 ㅎㅎ
내일부터는 다시 전업 수험생 모드로 복귀합니다! 시도, 스토리도 많이 줄어들 거예요! 기다리실 분은 많지 않겠지만 제주도에서 쓴 마지막 시도 잘 음미해주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