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가 가져야할 자부심에 대하여
정말 멋지고 가치 있는 일 하시네요. 그에 비해 저는...
최근, 창업 교육이나 네트워킹 행사에 나가 다른 창업가 분들과 교류할 일들이 많아졌다.
창업가라면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이템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곳에 모인 대표님들의 자기소개는 하나같이 "OOO사업하는 OOO입니다."의 형태로 시작된다.
나 역시 동일한 포맷을 따라 "인문 교양 교육 사업하는 앙트필(가명)입니다. 인문 교양의 대중화라는 가치를 위해 일하고 있어요." 라고 자기소개를 한다. 당당히 자기소개를 한 후에는 참 감사하면서도 낯뜨거운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많은 대표님들께서 이 글의 초입과 같은 말을 해주시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 가치가 있으며 나는 그들보다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기에 멋지다고 말해주시는 대표님들 앞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나 자신이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예비창업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부끄러움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아이템과 내가 좇는 가치가 그들의 그것보다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찾아온다.
사실 창업가로서 나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동일하다. 고객의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일이다. 나는 나의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 뿐이고, 그들은 그들의 고객이 가진 문제를 풀 뿐이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상황에 경중이 없듯,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가치에도 경중이 없다. 누군가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분명 그것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소해주거나, 해소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 서비스를 통해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장 내 눈 앞의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는 일이 가장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보다 싼 가격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을 남들에게 선보일 검증된 플랫폼이 필요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치있는 인문 교양 지식을 일상 속에서 보다 간편하게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 개별화된 필요들을 채워주는 각각의 행위들이 가지는 가치의 경중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모든 창업가는 이 세상에 동등하게 멋진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특별하게 멋있거나 가치있는 일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고객과 그 고객이 겪는 문제를 규정하고, 나와 우리 팀의 능력에 빗대어 그것을 풀어내고자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창업가가 이미 지천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 팀은 최근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사용한 PoC 테스트를 통해 소중한 고객 분들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에 기꺼이 돈과 시간을 써주신 고객 분들과의 심층 인터뷰로 우리의 서비스가 인문 교양 학습에서 그들이 겪고 있던 불편함을 다소간 해소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얻을 수 있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단순히 매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을 넘어서는, 우리가 누군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이 생긴다.
나는 모든 창업가가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창업에 임했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고객이 가진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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