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다음 주 복직을 축하(?)한다며 몇몇 후배들이 나를 위해 준비해 준 번개모임이었다. 선배님의 휴직 후 회사 적응을 위해 그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준 후배들. 덕분에 업무 복귀를 위한 회사 분위기 파악이 어느 정도 될 수 있었다. 마치 군복무 시절 꿈같은 휴식을 마치고 군대라는 전쟁터로 복귀하는 군인이 된 기분이라고 할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후배들과 맥주 몇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서 밤늦게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역시나 쉽게 잠을 청하지는 못했다.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오늘 잡월드 가기로 한 날이잖아!. 빨리 일어나!" 아들이 곤히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그렇다. 오늘은 아들과 함께 분당에 있는 한국 잡월드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내가 회사 복귀하기 전,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꼭 데리고 가준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D-day가 바로 오늘이었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로 아들을 태우고 분당으로 향했다. 다음 주부터는 모든 육아를 아내가 홀로 해야만 하기에 오늘은 나 혼자 아들을 데리고 잡월드로 향하기로 했다. 아내에게는 오늘 오전이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오전 9시. 매표소가 열리자마자 티켓을 발권했다. 일찍 입장을 해야만 아들이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분당 잡월드에 있는 42개의 체험존이 있는데, 모두가 선착순이었다. 그래서 인기 있는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일찍 입장을 하는 것이 유리했다. 대기줄 거의 선두에 서서 9시 30분 입장을 기다렸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잠시 대기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엄마, 또는 아빠엄마와 함께 방문한 사람들이었고, 아빠만 함께 방문한 가족은 우리뿐이었다. 뭔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일찍 대기를 했기에 9시 25분에 입장이 가능했다. 오늘은 가장 인기가 많은 과자와 피자 만드는 체험을 하기로 아들과 약속을 했기에 가장 먼저 과자 만드는 체험존으로 갔다. 8명 정도가 1차 인원인데, 다행히도 2위로 도착하여 9시 45분부터 체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창 밖에서 아들이 체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뭔가에 집중하며 쿠키를 만드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보였다. 2.38kg으로 작게 태어난 아들이 어느 사이에 이렇게 컸는지. 회사 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번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들의 성격과 습관, 생각까지 가까이에서 보면서 나도 아빠가 되어간다는 그런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그렇게 40분이 지났다. 아들은 고소한 과자 4개를 만들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다시 아들의 손을 잡고 근처의 피자가게로 향했다. 피자를 만드는 체험존이었는데, 대기마감 3명을 남기고 도착했다. 다행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피자가게에서도 약 40분 정도 피자를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나는 창 밖 저 멀리서 아들이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앞의 요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옆의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만들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지나니 피자 한 판을 손을 들고 당당히 체험장을 나오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음으로 마지막 체험 '택배기사'. 체험장 안 여기저기를 택배를 들고 다닐 수 있고, 전기차도 탈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때문인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원하는 시간이 마감된 상태였다. 아들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곳을 찾아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대부분이 마감된 상황이었다. 3층으로 올려가려는 순간, 택배기사 1자리가 비었다는 수신호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 손을 잡고 달렸다. 다행히 무사 도착. 운이 좋았다. 덕분에 아들이 본인이 원했던 3개 체험 모두를 할 수 있었다.
12시 30분쯤에 점심을 먹으러 아들과 함께 근처 돈가스집으로 왔다.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이번 휴직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아들과 함께 나누었다. 모든 여행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음에도 다시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그리고 돈가스를 하나하나 썰어서 아들 입에도 넣어주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늘따라 개구쟁이 아들 녀석이 왜 이리 귀여운지. 그냥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잖아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아이 키우는 재미인가? 오랜만에 엄마가 빠진 아들과의 데이트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정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