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바트요, 경이로운 디자인에 빠지다
지난여름 바르셀로나 여행
오늘 오전 일정은 카사 바트요(casa batllo)에 들리는 것이다. 카사 바트요는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하고 제작한 바르셀로나 섬유 사업가 조셉 바트요의 저택이다. 1904년부터 1906년 사이에 완성된 건물로, 가우디의 창의적 영감이 만든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힌다.
간단히 오전 조식을 먹고 노보텔 바르셀로나 시티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까사 바트요로 향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니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생각보다 저렴한 택시 요금이었다. 택시 요금이 독일 같은 여느 유럽처럼 비싸지 않아서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행기간 대부분을 택시로 이동을 했다. 덕분에 지하철 같은 곳에서의 소매치기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까사 바트요는 그라시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일부터 묵을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기에 나중에 들릴까도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그곳을 방문하고 싶었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은 미리 성인 1인 35유로를 내고 블루 예약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12살 이하는 이번에도 무료. 우리 가족 3명은 70유로에 까사 바트요를 예약할 수 있었다. 까사 바트요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3개 입장권 중에서 하나를 예매해야 한다. 블루(35유로, 오디오 가이드와 가우디 큐브), 실버(43유로, 블루+가상현실 태블릿+가우디돔 등), 골드 (45유로, 실버+패스트패스+바트요가문 프라이빗 룸 등)이 있는데, 우리는 가성비 좋은 블루 입장권을 끊었다.
예약 시간은 오전 9시 30분. 1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였기에 서둘러 까사 바트요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8시 50분 정도에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까사 바트요 주변에 상당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며칠간 여행하면서 주변에 만나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이 여기에 다 모여있는 듯했다. 대략 40~50명 정도가 모이니, 거의 한국의 관광지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과 함께 입장하니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들 겉에서 설명만 듣고 사진 몇 장 찍고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가우디 투어를 하고 있었다. 까사밀라, 카사바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등을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가우디 투어였던 것이었다. 반나절 동안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투어. 사실 나와 아내도 그 투어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어린아이가 있었기에 더운 여름에는 불가능했다. 대신 우리는 가족이 하루에 1~2곳씩 셀프 가우디 투어를 다녔다. 오늘은 까사 바트요 (casa batllo) 투어. 이런 것이 우리 가족에게 맞는 바르셀로나 여행 방식이었다.
오전 9시 20분쯤에 우리 가족이 카사 바트요 입장을 시작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북을 귀에 꽂고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입장을 했다. 가장 먼저 현관 입구로 향했다. 거북이 껍질 모양의 채광창과 곡선 모양의 둥근 천장, 화려한 목조 계단이 나타났다.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 계단을 오르면 2층에 메인 홀이 나왔다.
처음에는 바트요가 사용했던 집무실이 있었고, 바로 주 거실이 나왔다. 여기에서는 그라시아 거리를 볼 수 있는 커다란 전망 창이 있었다. 창밖의 풍경과 곡선으로 이어진 기둥과 천정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가이드 북을 듣고 있는 내내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고, 가우디의 창의적 상상력에 다시 한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마치 동화의 왕국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내부 통로에서는 하늘의 빛이 건물 전체로 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우디는 자연광이 모든 방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계를 구상했으며, 색조가 다른 파란 타일을 활용하여 빛을 균일하게 분산시켰다. 빛이 강한 위층의 창문은 작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록 보다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중앙부 통로를 디자인했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집안의 파사트(내부통로) 풍경이었다. 바트요 가족의 전용 식당은 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정원 공간은 아름다운 바닥 타일로 이루어져서 마치 인도나 중세의 작은 궁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락도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이 머문 공간이었지만, 심미성과 기능성 모두를 조화시키고 있었다. 60개의 아치를 통해서 동물의 흉곽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완성했으며, 단순한 흰색을 활용하여 빛이 주변으로 터지게 하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곳에 사진 찍기에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다락 공간을 지나서 우리는 옥상 테라스로 올라갔다. 옥상 테라스는 용의 등 모양 형태로 가우디가 타일을 통해 구현했던 그 기법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연기의 역류를 방지하도록 굴곡진 4개의 굴뚝이 인상 깊게 들어왔다. 옥상을 끝으로 다시 한층 한층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카사 바트요 건물을 내려왔다. 공간 하나하나 둘러볼 때마다 가우디의 디자인에 놀랐고, 이런 공간에 지구상에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는 다시 지하로 내려와서 비디오 아트쇼를 감상했다. 제주도에 있는 빛의 벙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카사 바트요의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카사 바사요 투어. 사실 내게 있어서 바르셀로나를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던 공간이었다. 가우디의 창의적 디자인에 놀랐고, 그 디자인의 건축물에 실제로 만들어내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은퇴를 하고 집을 짓는다면 까사 바트요의 건축적인 요소들이 고려하여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살아있는 건축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 생애 정말 놀라운 공간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