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 타고 바르셀로나를 누비다

지난 여름 바르셀로나 여행 _아이와 함께 시티 버스 투어

by Wynn

카사 바트요를 구경하고 나오는 순간, 바로 앞에 빨간색의 2층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시내를 지나다니는 2층 투어 버스가 맘에 들었던지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아빠! 우리 저 버스 타면 안 돼?"

2층 버스가 정말로 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몇 년 전 여름휴가에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도 투어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졸랐던 아들. 이번에도 그 생각이 나서인지 내 옷을 잡고 재촉했다. 정확한 운행 정보를 물랐기에 우선 정류장 앞으로 가서 코스를 확인해 봤다. 브로셔를 꺼내서 살펴보니 2가지 코스가 있었다. 붉은색 코스는 서쪽으로 가는 코스였고, 녹색은 동쪽으로 가는 코스였다. 중간 몇 개 지점에서 갈아탈 수 있었기에 잘만하면 바르셀로나 전체를 둘러보고 숙소로 가는 교통편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금을 확인해 보니 24시간 이용에 어른은 30유로, 아이는 16유로를 받고 있었다. 우리 가족 76유로(우리 돈으로 약 10만 원) 정도 하는데 나쁘지 않은 가격처럼 보였다.

바로셀로나 시티 버스 투어

우리는 우선 서쪽으로 가는 빨간색 노선에 몸을 실었다. 현금을 내니 안내직원께서 요금을 계산해 주었다. 우리가 탄 정류장은 빨간 라인의 19번 정류장. 다음 정류장은 1번 카탈루냐 광장이었기에 버스 안에는 다행히 좌석이 조금 비어 있었다. 잠시 후 버스를 카탈루냐 광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는 엄청난 버스 줄이 이어졌고, 절반 이상이 버스에 타지 못할 정도로 버스는 인기였다.

카탈루냐 광장
빨간색 노선도

자세히 이 버스의 루트를 확인해 봤다. 카탈루냐 광장을 시작해서 개선문과 바르셀로나 동물원, 콜롬버스 동상을 거쳐서 몬주익 언덕을 오른 후에 다시 내려와서 몬주익 분수와 고속전철역, 그리고 FC 바르셀로나 구장을 거쳐서 다시 시내 중심부로 들어오는 코스였다. 길게 잡으면 2시간 정도. 빠르면 1시간 30분 정도면 가능한 코스처럼 보였다. 다만 문제는 날씨였다.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한낮의 여름 햇살을 맞으며 2층에서 아이와 함께 있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뒤쪽에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바람도 들어오고 햇빛도 막을 수 있었기에 이 자리가 최고의 명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안타깝게도 이 버스에는 한국어 설명이 없었다. 일본과 중국은 다 있었지만, 한국어 설명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영어 오디오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개선문
콜롬버스 동상

우리 버스는 좁고 좁은 시내길을 뚫고 독립문으로 향했다. 저 멀리 정면으로 아치형 독립문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문은 1888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의 정문으로, 근처는 바르셀로나의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었다. 조금 더 지나니 동물원이 좌측으로 보였고, 여기서 몇몇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버스는 항구가 이어지는 길을 달렸다. 고급 요트들이 바르셀로나 항구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다시 동상하나가 나타났다. 누군지 궁금했는데,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동상이었다. 이하게도 콜롬버스는 이태리 탐험가였지만 스페인 여왕의 후원으로 신대륙 탐험에 나서서 결국 바르셀로나에 동상을 남기게 된 것이었다.


동상을 지나서 잠시 크루즈 터미널에 들려서 사람들에 내려주고 버스는 다시 몬주익 언덕으로 향했다. 살짝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덩치 큰 2층 버스는 부드럽게 오르고 있었다. 혹시나 넘어져서 낭떠러지로 구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사님은 생각 외로 운전을 잘하셨다. 몬주익 언덕에서는 1992년 올림픽 스타디움과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그리고 마법의 분수 등을 지났다.

과거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던 그 코스로 버스는 달렸다. 또한 밤에 오면 야경 보기 좋을 것 같아서 우리는 마지막 날 저녁에 이곳에 다시 찾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버스는 에스파냐 광장으로 내려갔다.

에스파냐 광장 가는길

마드리드의 에스파냐 광장 다음으로 큰 광장으로, 이곳에는 과거 투우장이었다가 현재 쇼핑몰로 바뀐 라스 아레나스(Las Arenas)가 있었다. 언덕 위의 국립미술관부터 분수대와 에스파냐 광장으로 이어지는 곳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에서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버스 기사님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천천히 운행을 해주셨다. 에스파냐 광장을 지나서 약 5분 정도를 달리는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기차나 철도를 탈 수 있는 Sants Estacio 역을 지났다. 며칠 후에 당일치기로 마드리드에 다녀와야 하는데, 투어 버스를 타고 역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14번 정류장. 바로 축구의 명가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이었다. 여름이라서 시즌이 종료된 상태였지만, 기념품점이나 구장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도 인근 도로는 가득 차 있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성지 같은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FC바로셀로나 홈구장

FC바르셀로나 구장을 지나서 우리 버스는 다시 시내 방향으로 향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큰 도로였기에 트램과 버스, 일반차들이 함께 길을 공유했다. 그리고 약 2시간 정도가 지나서 우리는 1시쯤에 다시 카사 바티오 앞의 정류장에서 하차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아들은 버스 투어 지쳤는지 배가 고프다고 빨리 점심을 먹자고 말했다. 구글에서 근처 맛집을 검색하여 스페인 음식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점심을 먹었다. 근데 기대만큼 양도 많지 않았고, 맛도 한국과의 달리 순수한(?) 맛 그대로여서, 조금은 실망했다고 할까. 하지만 나름 스페인 음식들을 이것저것 맛볼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녹색 노선을 타고 갈 예정이었다. 녹색 버스를 타고 사면 정확히 10번 정류장, 바로 호텔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이 코스는 바르셀로나 해변을 거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 쪽으로 가는 것이었기에 이미 두 곳 모두를 다녀온 우리 가족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다시 버스는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서 지중해가 보이는 항구 곳곳을 지나서 나이트클럽이 유명한 카지노 해변 앞까지를 지나갔다.

녹색 노선과 풍경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우리는 잠시 후 버스는 우리 숙소인 노보텔 인근에 도착했고 약 2시간 반정도 즐겼던 버스 시티 투어를 마무리했다. 좋은 추억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바르셀로나 전체를 둘러보면서 이 도시를 느낄 수 있던 점이 좋았고, 편하게 걷지 않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만족스러웠다. 바르셀로나에 들린다면 한 번 정도 이용해 보면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숙소에 들리기 전에 우리 가족은 까르푸에 들려서 장을 보고 숙소로 향했다. 내일은 노보텔을 떠나서 시내 중심으로 숙소를 옮기고 아울렛에 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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