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그리고 오늘
386년 전 역사의 그 공간.
남한산성에 올랐다.
지금으로부터 368년 전인 1636년 12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항복할 것인가? 더 싸울 것인가?
그 고민이 정점에 치닫고 있는 시점이었다.
1636년 12월 차가운 겨울에 시작된
갑작스러운 청나라의 침입.
조선의 왕 '인조'는 급하게 남한산성으로 피했다.
1636년 12월 28일부터 1637년 2월 24일까지
차가운 49일 동안 조선은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와 항전을 했다.
하지만 조선의 조정은 반으로 나눠져 있었다.
청과 결사 항전하자는 세력과 청과 화해 하자는 세력의 갈등. 조정의 내분이 이어졌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굶주림이 더해지고
왕실이 피난한 강화도의 함락되는 동시에
후방 지원군들의 참패로
인조는 삼전도의 굴복을 겪으며 항복을 한다.
남한산성에는 그 날의 기억들이 남아있다.
남한산성에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었다.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계곡 사이로
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과 수북하게 쌓인 낙엽,
산 위로 오르는 가파른 길.
오래 전 조선의 수도를 지키는 천혜의 요새였고
병자호란 당시 청과 조선의 최전선이었다.
내가 걷는 그 차가운 남한산성의 겨울길은
조선의 인조와 조정 대신들이 도망치듯 올라갔던
피난의 그 길이었다.
청군이 산성을 공격하기 위해 올랐던 그 길이었다.
또한 산을 타고 오르는 청나라군을 막기 위해
조선군이 곳곳에 매복하며
방어를 했던 그곳이기도 했다.
386년 전 이곳을 가득 메웠을 전쟁의 기운.
병자호란 당시 추위를 견뎌내며
황량한 성을 지키던 병사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착잡해졌다.
얼음의 계곡을 지나고 가파른 능선길을 걸었다.
거친 숨을 내시며 산성 앞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성곽에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작은 쪽문으로 산성 안으로 들어갔다.
쪽문을 통해 들어온 산성 안은 평온했다.
바람도 없었고 햇살도 따뜻했다.
잠시 성곽을 올라서 산성 밖을 바라봤다.
잠실 롯데타워을 비롯한 서울 송파와 한강, 남산 등의 서울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왕이 포기한 이 지역은 청나라군들에
의해서 지옥처럼 변한 세상이었다.
약탈과 강간, 치욕적인 일들이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남한산성에 숨어서 정쟁만을 계속했다. 성밖의 백성들의 고통은 그들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산성 밖의 풍경을 뒤로하고
당시의 남한산성 지휘소인 수어장대로 올랐다.
남한산성을 지휘하는 수어장대.
잠시 그곳에서 그날의 모습을 상상했다.
수많은 장수들이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청군과의 전쟁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고
성벽에는 장졸들이 가마니로 추위를 견뎌내며 성벽너머의 적군들을 감시했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추웠고, 너무나 배고팠으며,
너무나 두려웠을 것이다.
동상에 걸리고 배고픔에 지쳐갔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면서
죽어갔을 것이다.
386년 전 남한산성의 아픈 기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바뀐 것은 없다.
지금도 위정자들이 그렇게 나라를 이끌고 있다.
오로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들을 개와 돼지 취급하고 있다.
치욕의 외교가 이어지고 있고
지도자는 국익보다는 개인의 사욕을 채우고 있다.
이념을 팽개로 나라를 쪼개고
공권력으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 힘이다.
권력의 힘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있다.
남한산성에서 인조가 그랬듯이
명분과 이념 싸움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있다.
남한산성에 올라서 오늘을 보았다.
어리석은 지도자와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치는
과거의 그 현장에서 오늘의 씁쓸함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