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타

호주의 사막에서 만난 낙타 한 마리

by Wynn

퍼렇게 온통 다 멍이 든

억지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품고 살던 내 20대 그때엔


혼돈과 질주로만 가득한

터질 듯한 내 머릿속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내 곁엔 아무도


나는 차라리 은빛사막에

붉은 낙타 한 마리 되어

홀로 아무런 갈증도 없이

시원한 그늘, 화려한 성찬, 신기루를 쫓으며

어디 객기도 한 번쯤 부려보며

살았어야 했는데 아까워


이승환의 노래 '붉은 낙타' 중에 일부다.

오늘 우연히 출근하면서 이 노래가 들려왔다.

문뜩 나의 20대. 그날이 생각났다.


나의 20대 역시 노래 가사처럼 혼돈과 질주, 그리고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욕심과 아집으로 실수도 많았고

아픔도 많았던 그 시절이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언제나 걱정되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 일쑤였다.

그게 나의 20대 모습이었다.


그럴 때마다 노래 속 붉은 낙타가 보고 싶었고

2003년 나는 처음으로 사막으로 향했다.


붉은 낙타를 만나기 위해 호주의 사막으로 떠났던 그날. 운이 좋게도 호주의 아웃백 황무지 사막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노래 속의 야생 낙타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척박한 사막의 환경에서 홀로 어디론가를 향하는 붉은 낙타! 해 질 녘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그 녀석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찐한 여운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 녀석은 당당하고 자유롭게 호주 사막을 누비며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나이 사십이 넘은 지금.

가끔씩은 사막의 붉은 낙타가 그리워진다.


세상일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황무지 같은 사막을 누비는 붉은 낙타!

젊은 시절 더 큰 세상을 향해 무모하지만

그 낙타처럼 살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평범한 일상이 아닌

대자연 속 붉은 낙타의 삶이 그리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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