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바나나

어린 시절 교통사고와 바나나

by Wynn

다섯 살 때였다.


난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빠에게 안기기 위해 큰길을 건너서 달려가다가

급하게 달려오는 택시에 치인 것이었다.

나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다행인 것은 사고지점 바로 앞에 아버지가 있어서

즉시 인근의 가장 큰 병원으로 이동했고,

작은 체구였기에 충돌 후에 넘어지면서

차량 아래로 들어가서 외상이 덜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대부분 차들은 비포장을 달리기 위해

차체가 높아서 차량 아래는 공간이 존재했다.

다행히 바퀴에 치이지 않았기에

2차 충격은 없었고,

땅바닥에 얼굴과 피부가 긁히는 상처로
피가 꽤 났던 것뿐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병원 입원실에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지쳐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움직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얘기하라"라고.

신기한 마음에 침대 옆의 창가로 다가갔다.

2층 입원실 아래로 몇 개의 노점상들이 줄지어

과일과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색 바나나.

바나나를 먹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망설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당시 바나나의 가격은 1개에 1천 원.

1980년 초반이었기에
바나나는 대부분 제주도산이었다.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과일이었다.

그 당시 부모님 월급이 5~6만원 정도였으니

이제는 그 맘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머니는 다른 과일이 어떠냐고 내가 물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바나나를 사달라고 투정을 부렸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바나나를 먹지 못하고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40여 년이 지난 일이지만,

어머니는 그때의 바나나를 사주지 못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넉넉지 못한 형편이

항상 마음에 걸리신다고 내게 말했다.

이것이 내게 있어 바나나의 첫 추억이다.


그렇게 귀한 바나나는 수입자유화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가장 저렴한 과일로 변해 있었다.

이제는 바나나가 넘치는 세월인 것이다.


오늘 아이들을 위해 사온 바나나.

식탁 위에 가득히 쌓인 바나나를 보면

어린 시절 바나나의 추억이 생각났다.

그날을 생각하니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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