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과장님 이야기

by Wynn

신입사원 시절

나를 잘 챙겨주시던 과장님이 계셨다.

그 과장님은 솔직하고, 순수했으며,

업무 능력도 최고였다.

후배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신

눈높이가 맞는 믿을 수 있는 선배였다.


연애보다는 일을 좋아한 나머지

3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은 하셨고,

그다음 해에 아빠가 되셨다.


어린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소화가 되지 않았다며

근처 병원을 찾았다. 단순 소화불량이라고 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급하게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빨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과장님은 위암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고 과장님은 내게 전했다.


과장님은 질병 휴직을 하고

고향인 영월로 내려가서 6개월을 보내셨다.

나도 가끔 그곳을 찾아서

과장님과 함께 영월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2007년 12월.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과장님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고향 생활이 어떠냐고 묻고 싶었지만,

전화를 받은 것은 형수님이었다.

몸상태가 나빠져서 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에 나는 홀로 병원을 찾았다.

형수님을 찾아서 과장님이 입원한 방으로 들어섰다.

과장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과장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 살이 모두 빠지시고 앙상하고 초췌해진 모습.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과장님은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며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라며

내 손을 잡으시며 "건강해야 해"라고 울먹이셨다.

자신은 그러지 못해서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만 글썽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먹먹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그게 과장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회사 선배의 죽음.

내가 회사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접한 동료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오랜시간이 지났다.

아직까지 그 선배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건강해야지.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

"나는 그러지 못해서 너무나 후회스러워"

바로 그 말이었다.


'일보다는 건강'.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


오늘은 문뜩
3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권 과장님의 생각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기 위해

우리 모두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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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부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하여 '낭만 직장인' 브런치북에
https://brunch.co.kr/brunchbook/romanticworker 에 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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