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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May 29. 2024

장례식장에서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지난 일요일 아내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올해로 향년 88세.

긴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하시고

세상에서의 마침표를 찍으셨다.


아내의 외할머니께 첫인사를 드린 지 10여 년이 지났다.

명절마다 부산에 내려가서 몇 번을 찾아뵙고,

팔순 잔치에서도 참석해 큰 절을 드렸던 기억.

몇 해전부터는 기억을 잊어가는 치매에 걸리셔

서울 인근의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며칠 전에

비로소 이제 편안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장례식장 영정 사진 속에는 환한 웃음 가득한 모습.

그게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죽음.

모든 것이 끝나는 것 같았지만,

그건 삶의 연속선 상의 일부였고

또 다른 시작이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분이 있었기에 나의 아내가 있었고

아내가 있었기에 나의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아들의 얼굴은

그분이 선물해 준 나의 미래였다.


장례식장에 가면 삶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삶인가?

어떻게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되묻게 된다.


외할머니의 삶을 보면

그냥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순리대로 살면서 가족들을 남기고,

그 가족들이 그를 기억하고.

다시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런 것만으로도 삶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거창한 목표나 큰돈을 버는 것은 의미 없는 듯하다.

나에게 평범했던 할머니의 삶이 더욱 빛나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추모공원으로 가서 화장을 진행하니.

결국 남는 것은 하얀 재뿐이었다.

자연에서 태어나 작은 재로 사라지는 모습.

그것이 88년 인생이었다.

허무한 듯 하지만 이 또한 삶의 전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나와 주변을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이게 진정한 삶의 의미인가 다시 되묻게 되었다.


할머니를 보내고

나는 다시 일으로 돌아간다.


인생의 절반을 지난 지금.

내 삶의 후반전을 어찌 보내야 할까 라는 생각.

후회 없이 삶을 마무리하는 그 해법을 찾아서

오늘이라는 현실 속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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