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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다.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고라니가 거니는 원시의 자연휴양림 속에서의 휴식

by Wynn

1996년 겨울, 나는 처음으로 강릉행 통일호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홀로 떠나는 나의 첫 여행.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옆자리 특별한 여행객이었다. 모양새는 서남아시아 쪽 외국인 노동자 같았고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게 내게 건넨 한 마디는 '통리'에 간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알려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내게 전했다. 새벽 4-5시쯤 강원도 철암을 지나서 통리에 도착했고 나는 그를 깨웠다. 그 외국인 노동자는 어두운 통리역 플랫폼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 거의 25년이 지난 어느 날 지도를 살피다가 그 기억의 통리역을 발견했고 문득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 주변에서 숙소를 찾다가 태백고원 자연휴양림을 알게 되었고 그 원시 자연의 투박함이 좋아서 매년 한 번씩 태백고원 자연휴양림을 찾고 있다.


휴양림 가기 전에 구문소라는 곳에 들렸다.

구문소(求門沼)는 태백 황지천에 있는, 1억 5,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형이다. 구문(求門)은 구멍·굴의 옛말로 ‘굴이 있는 늪’이라는 뜻이다. 하천물이 암석을 침식시켜 만들어진 우리나라 유일의 하식동굴다. 경관이 화려하여 휴양림기 전에 필수로 들리는 여행지다.

구문소에서 태백고원 자연휴양림까지는 자동차로 15분 정도가 걸렸다. 철암과 백산 등 가는 길은 폐광촌의 풍경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수십 년 전 화려함은 잊혀지고 마을은 고요했다.

마을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였다. 키를 받아서 우리가 예약한 1단지 숲 속의 집으로 향했다. 안내서를 받아보니 휴양림은 5단지로 나눠져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1단지로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시 차에 올랐다. 가는 길은 좁은 비포장도로의 연속. 여느 휴양림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탄 느낌이랄까.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니 3단지, 5단지 등 제법 규모가 큰 숲 속의 집이 눈에 보였다. 는 길에 멧돼지 주의하라는 표시가 자주 나왔다. 주변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림이기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현한다고 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1단지와 2단지 갈림길이 나왔고 오른편의 1단지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잠시 후에 넓은 휴양림 지대가 나타났다. 산림 문화휴양관과 캠핑존, 8채의 1단지 숲 속의 집, 트리하우스가 한 곳에 모여있었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숲 속의 집 304호.

바로 앞에 차를 주차하고 짐을 옮겼다. 숙소는 4-5명 정도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모든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짐을 풀고 가족들과 함께 휴양림 산책. 계곡 건너편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있었고 조용히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특히 계곡물이 맑고 깊지 않아서 여름에 한적한 가족 여행지로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조금 더 걸었다. 1년 전에 머물었던 2단지 숲 속의 집으로 향했다. 이유는 고라니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 2단지는 4개의 단독 숙소가 외딴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난여름 우리 가족은 계곡 바로 앞에서 식사를 즐기는 고라니를 만났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이라는데 그렇기 가까이에서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주변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만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가족은 태백 고생대 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한국 삼엽충 화석의 성지다. 태백 지층에서 발견된 고생대 화석들과 그 시대 동식물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볼거리들이 다양한 곳이었다. 체험할 것이 많아서 아들 녀석이 너무 좋아했다.

태백 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을 들린 후에 태백의 명물 물닭갈비를 즐길 후에 다시 서울로 향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시간여행. 조용한 힐링과 고생대 자연사 공부, 미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태백고원 자연휴양림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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