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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간 속으로, 정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강원 정선 깊은 산, 맑은 계곡을 찾아서

by Wynn

그곳을 찾을 때마다 항상 설렘이 가득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항상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에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답답한 일상에서 완벽한 탈출을 꿈꾸며 아침 우리 가족은 오지 속의 오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서울을 떠나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평창과 정선을 지나서 가리왕산 안쪽에 숨겨진 휴양림으로 달렸다. 휴게소에 들러서 간식을 즐기고 정선 시내에 들려서 하나로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봤다. 그렇게 쉬엄쉬엄 서너 시간을 달려서 우리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가리왕산휴양림 입구

가리왕산 휴양림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서쪽에 위치한 원시림 가득한 자연휴양림이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갈왕(동해안의 옛 부족 국가 맥국의 왕)이 숨어있던 곳이라고 하여 갈왕산이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이 되었다. 시원한 계곡물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있으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찾는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을 맞이해 준 것도 웅장하게 흐르는 가리왕산의 계곡물이었다. 투명하고 맑은 계곡이 우리를 유혹했다. 고개를 들면 저 멀리에는 가리왕산 정상이 보이기도 했다. 잠시 계곡으로 내려가서 계곡에 손과 발을 담가보았다. 얼음물처럼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 짜릿하게 느껴졌다. 여름 나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가리왕산 계곡과 정상

안내소에서 방 키를 받고 조금 안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작은 다리 하나가 나왔고 다리를 건너서 숙박동으로 차를 몰았다. 곧바로 웅장한 산림문화휴양관이 나왔고 휴양관 양쪽으로 숲 속의 집들이 보였다.

우리 가족이 예약한 방은 두견새 방이었다. 차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가장 끝 쪽에 있는 방이었다. 이쪽에 위치한 3곳의 숲 속의 집 (비둘기, 부엉이, 두견새) 등은 새로 리뉴얼된 곳으로 보였고, 그 반대편에 위치한 종달새, 원앙새, 소쩍새, 파랑새, 꾀꼬리, 산까치 등의 숲 속의 집은 오래전 통나무집 모습 그대로인 듯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숲 속의 집은 비둘기와 부엉이 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할 듯했다.

두견새방은 5명이 사용하는 숲 속의 집으로,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어서 짐을 옮기기에 수월했다. 식탁과 텔레비전, 에어컨(2000원 유료), 밥솥이 있었고, 화장실도 상당히 컸다. 다만 전자레인지는 없었는데 산림문화관 1층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이용해야 했다. 앞쪽에는 탁 트인 테라스가 있어서 의자를 펴고 계곡을 즐기기에 완벽한 힐링 공간이었다. 잠시 문을 열고 나가니 신선한 바람과 계곡 소리가 그대로 느껴졌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짐을 풀고 휴양림 산책을 나섰다. 방 뒤쪽으로 큰 돌탑이 있었는데 1993년부터 운영되었다는 표지석이었다. 30여 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의 자연휴양림. 그만큼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산 아래의 숲 속의 집들은 약간의 경사가 있어서 짐을 나르기에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오래전에 가을과 겨울에 이곳에 묵은 적이 있었는데 몇 번에 걸쳐서 짐을 날랐던 기억이 뚜렷했다.

숲 속의 집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면 가리왕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산책로가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서 이어지는 이 길은 차량을 통제하기에 오롯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졸졸 흐르는 샘물과 이끼가 가득하고 가끔씩은 토끼나 다람쥐, 고라니 같은 산짐승들을 볼 수도 있다. 아이 손을 잡고 오손도손 자연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길이다. 특히 계절 따라서 길의 색깔이 형형색색으로 바뀌는데, 오래전 아내와 함께 걸었던 붉은 단풍의 가을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다.

계곡의 웅장한 물소리와 새소리, 살짝 볼을 스치는 산바람을 즐기며 산책로를 걸었다. 살포시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자연과 하나 된 느낌.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사라졌다. 소박한 행복이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소확행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돌탑이 있어서 소원을 빌었다. 나와 아내, 아들이 함께 소원을 빌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며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녀석이 내게 답했다. "비밀" 순간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이런 게 행복이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가리왕산 휴양림에서 특별한 행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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