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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와 별, 영양 검마산 자연휴양림

여름밤 추억을 찾아서 떠난 여행, 하지만!

by Wynn

2022년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 여행. 뉴질랜드 남부의 테아나우(Te Anau) 동굴에서 보았던 반딧불이는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어느 날 문득 한국의 반딧불이가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우리나라의 반딧불이의 초록색 불빛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상북도 오지라는 영양의 반딧불이 생태공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빛공해가 전혀 없어서 매년 날씨가 따뜻해지는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청정 계곡의 반딧불이와 예쁜 여름 밤하늘 별을 보기 위해 영양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잡은 숙소는 영양 수리면의 검마산 자연휴양림. 서울에서 열심히 달리면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토요일 오후 1시 정도에 출발했는데 검마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30분이 넘은 늦은 시각이었다.

검마산 자연휴양림의 첫 인상은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옹기종기 캠핑장과 휴양관, 숲 속도서관, 목공예체험장 등이 작은 테마파크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고즈넉한 푸른 산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앉아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입구 앞쪽에는 목공예체험장과 작은 도서관이 있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특이하게 목공예 체험은 실내가 아닌 밖에서 하는 듯했다. 정말 자연 속의 체험장처럼 느껴졌다. 그 앞으로는 계곡을 따라서 야영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길을 따라서 조금 더 올라왔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애완견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 검마산 휴양림은 반려견과 함께 숙박이 가능한 특화된 휴양림이었다.

이제 짐을 풀 시간. 주차를 하고 휴양관으로 가방을 옮겼다. 사실 숲 속의 집을 예약하고 싶었지만 숲 속의 집은 1채가 전부였고, 대부분 휴양관과 야영장(조리시설이 없는 캐빈, 또는 텐트용 데크)이 전부였다. 어쩔 수 없이 휴양관을 예약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약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양관 전체가 깔끔하게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고 분위기도 도심의 원룸처럼 화사했기 때문이었다. 4명 정도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숙소였다. 다만 방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었는데 로비에 2대의 공용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사용하는데는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큰 테라스가 있어서 캠핑용 의자를 펴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100점 만점에 100점, 가성비 최고의 공간이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서 휴양림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휴양림 전체는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정말 아담했다. 폭 안아주고픈 시골 마을이랄까?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자연휴양림이었다. 맑은 계곡을 중심으로 이어진 캠핑 마을 느낌. 도심을 떠나서 야영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공간이 있을까? 특히 캐빈이 마음에 들었다. 계곡 앞에서 물놀이하기도 좋고 창 밖의 뷰도 일품이었다. 혹시 기회가 생겨서 다음에 예약을 한다면 이곳 캐빈을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바꿔서 산쪽으로 산책을 했다. 계곡 위쪽으로는 제2야영장과 사방댐, 작은 정자 등이 있었다. 1 야영장에 비해서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조용히 야영을 즐기기 좋은 공간으로 보였고 물도 깊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한여름 물장난 치며 더위를 식히기에 아주 매력적인 장소처럼 느껴졌다.

휴양림 산책을 마친 후에 수리면 북쪽에 위치한 반딧불이생태공원과 반딧불이 천문대로 향했다.

천문대는 오후 7시 30분부터 문을 열어서 10시쯤에 문을 닫는데, 늦어도 9시까지는 가야 한다는 것.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그곳으로 향했다. 휴양림에 차로 약 25분 정도가 걸렸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에 여느 천문대처럼 예약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가는 길에 불길한 느낌. 아침부터 내리고 그치기만 반복하던 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천문대와 생태공원을 향했지만 역시나였다. 반딧불이는 비가 오는 날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천문대도 비 때문에 망원경을 통한 별구경이 어렵다는 것. 너무나 아쉬웠다.

천문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반딧불이는 6월 말에서 9월 초에 나타나고, 오후 8시에서 10시 정도에 날씨가 맑아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반딧불이와 별구경은 실패. 날씨가 문제였다. 그렇지만 천문대 선생님의 멋진 설명으로 별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 아쉽게도 직접 망원경으로 별 관람은 못했지만 영상과 이미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 10시경에 다시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야외 의자에 앉아서 계곡 물소리와 빗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여유. 시원한 술 한 잔으로 반딧불이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에는 꼭 날씨 좋은 날에 찾을 것이라는 또 한 번의 다짐 하며 행복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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