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들리는 나의 힐링 사찰
답답한 마음에 휴가를 냈다.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일상을 벗어나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찾는 힐링 공간이 있다. 양평 운길사에 있는 수종사다. 서울에서 가깝고 사찰에 오르면 북한강과 남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찾는 나의 힐링 사찰이다.
서울에서 수종사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두물머리(양수리)의 운길사 역을 지나면 수종사로 오르는 길이 있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가파른 산길을 10여분 정도 올라야 한다. 길이 좁기 때문에 교차하는 차량을 만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거친 엔진음을 내면서 좁고 험한 산길을 올랐다. 다행히 평일이었기에 오르내리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수종사의 주차장은 약 20여 대 정도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수종사로 올랐다. 오르는 길은 약 10분에서 15분 정도가 걸렸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금 더 걸어가니 절로 향하는 작은 문이 나왔다. 여기부터는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왼쪽으로 가면 운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수종사로 향하는 길. 나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드디어 수종사 입구에 도착. 소박한 수종사가 나를 맞이했다. 수종사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가람(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으로 전해진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인지 신라시대부터 수도하는 스님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본격적으로 수종사(水鍾寺)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조선 세조 때다. 왕이 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 죄책감 때문인지 세조는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세조가 금강산을 유람하고 북한강을 따라 돌아올 때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밤에 운길산 높은 곳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듣게 된다. 다음 날 세조는 폐허가 된 사찰의 동굴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절을 복원해 이름을 수종사(水鍾寺)라고 하였다고 한다.
수종사는 소박한 사찰이었다. 몇 개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었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로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작지만 눈앞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웅장했다. 저 멀리 한강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내가 다녀본 사찰 중에서 가장 확 트인 풍광을 자랑하는 고즈넉한 사찰이었다.
나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끈 것은 대웅전 옆의 근사한 팔각오층석탑과 사리탑이었다. 두 개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팔각오층석탑은 고려시대 팔각석탑의 전통을 이어 조선시대에 건립된 석탑이었다. 1493년에 건립되어 1628년에 중수(重修)된 오래된 석탑이었다. 그 옆으로 사리탑이 있었는데 태종 이방원의 딸 정혜옹주를 위해 만들어진 사리탑이라고 한다. 총 높이 2.3m의 석조 사리탑으로 8각을 기본 형태로 하고 있다. 2단을 이루는 기단 위에 둥근 구형의 탑신을 올리고 옥개석(지붕돌)과 머리 장식을 얹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소박하지만 역사와 전통이 가득한 명사찰임이 틀림없었다.
이제는 나만의 시간. 나는 조용한 명상을 위해 한강이 보이는 정자 위에 신발을 벗고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때마침 대웅전에서는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홀로 명상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비우고 나를 오롯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과거와 현재. 욕심과 기대, 가족과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 켠의 짐이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많은 바람과 욕심 때문에 내가 힘들어한다는 생각. 그 짐들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40여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평일 오전이었기에 나만이 그 공간을 혼자 쓸 수 있었다. 행복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종사의 상징은 은행나무를 둘러보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신당으로 향했다. 거기가 바로 수종사의 뷰포인트였다. 대웅전을 다시 지나서 수종사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명상 때문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뚜벅뚜벅 계단을 올랐다.
나를 위로해 주는 최고의 풍경이었다. 한강을 가슴에 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 순간에 뻥 뚫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정말 행복했다. 살아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내가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한강을 바라보고 있자나 시원한 봄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웃음이 나왔다. 수종사가 내게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 이번 봄에도 나는 수종사에서 큰 기쁨과 용기를 얻었다. 내게 힐링을 주는 특별한 사찰 바로 양평 운길산의 수종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