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즐기는 특별한 휴가
여름휴가 둘째 날이 밝았다.
어제 늦게 잠이 들어서일까? 아침 8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잠에서 깨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어보니 넓게 펼쳐진 푸른 공원과 함께 저 멀리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공원 주위로 쿠알라룸푸르 북쪽으로 향하는 간선도로가 길게 이어졌다. 열대 우림 지역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현대적인 도시 사이로 푸른 자연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야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조식당으로 향했다. 힐튼 골드 멤버였기에 매일 아침 조식은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주말 아침이라서 조식당은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다가와서 창문 근처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식당을 한 번 둘러보니 메뉴는 다양했다. 동남아 음식부터 중국과 인도, 일본 등 다양한 아시아 음식을 만날 수 있었으며, 빵과 디저트, 과일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이슬람 국가라서 그런지 돼지고기로 된 요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소고기로 만든 베이컨이나 치킨을 활용한 소시지 등이 돼지고기를 대체하고 있었다. 음식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원한 커피와 함께 빵과 계란, 신선한 샐러드와 요구르트, 얼큰한 면 요리를 먹고 나니 배가 불러왔다.
식사를 하고 호텔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8층에 있는 수영장이었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한 가능했고 규모도 상당히 컸다. 시원한 폭포수부터 워터 슬라이드, 근사한 바까지 갖추고 있었다. 자세히 둘러보니 쿠알라룸푸르 힐튼 호텔과 쌍둥이 호텔인 르메르디앙이 함께 공유하는 수영장이었다. 두 호텔 투숙객들은 비치타울만 다를 뿐, 어떤 공간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공간이 넓어서 선배드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오늘 우리 가족은 하루 종일 수영장에 머물 계획. 10시쯤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선배드에 누워서 들고 온 책을 읽었고 나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사람들이 그리 않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시간을 즐겼다. 물놀이가 지칠 때쯤에는 선배드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휴가라는 생각. 배가 고플 때는 풀바(pool bar)에서 간단한 감자튀김과 시원한 음료 등을 주문해서 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쿠알라룸푸르 힐튼에서의 호사(?)를 즐겼다.
오후 4시.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아이 녀석이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센트럴역 앞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수영장에서 짐을 챙겨서 방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에 방은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 손편지와 함께 수건으로 만든 예쁜 인형까지 있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텔 연결 통로를 따라서 내려가면 쿠알라룸푸르 센트럴역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역 반대편에 바로 쇼핑몰이 있었다. NU central mall이라고 적혀있었고 입구부터 간식과 음료를 파는 상점들이 이어졌다. 현대식으로 잘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쇼핑몰이었다.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아 보였고 슈퍼마켓부터 푸드코드, 다양한 상품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 가족은 3층에 있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음식 종류가 다양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우리 돈 4000~5000원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파인애플 볶음밥과 새우탕, 완탕면을 주문했다. 아들 녀석은 코코넛 음료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그것도 하나 주문했다. 사실 아무 맛도 없기에 코코넛 주문을 막았지만 생애 처음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고 배고픔을 반찬 삼아서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 조금 짠다는 느낌이었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식사를 하고 우리 가족은 쇼핑몰 구경을 했다. 한국의 스타필드 같은 느낌이었고, 맛집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4층에는 DODO KOREA라는 한국 치킨집이 있었는데 대기줄이 상당했다.말레이시아에도 K푸드가 상당히 인기가 있는 듯. 여기저기 눈에 익은 한국 브랜드들도 보였다.
지하에는 과일 가게를 비롯하여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신선한 과일들이 우리 돈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저녁 대용으로 과일 몇 팩을 샀고 슈퍼마켓에서는 즉석에서 만든 초밥을 구매했다. 나중에 호텔에서 돌아와서 먹었는데, 가격 대비 훌륭한 맛이었다.
이렇게 호텔 수영장과 근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리의 둘째 날이 지나갔다.